서경골프 골프일반

제2 인생 찾는 90년대생들, KLPGA 세대 교체 급물살

통산 7승 ‘퍼트 달인’ 이승현 새 시즌 건너뛰기로

95년생 김예진은 부산서 레슨 프로로 새 출발

허윤경 준우승 12회 경험 담은 멘탈 관련 책 준비

“치열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 벗어나 안정감”

“코로나 상황에 스스로 돌아볼 시간 많아진 영향도”

이승현. /사진제공=KLPGA이승현. /사진제공=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세대교체 물살이 거세다. 지난해 2000년생 돌풍이 뚜렷한 흐름이었다면 올해는 1990년대생들의 퇴장이 두드러진다.

‘퍼트 달인’ 이승현(29)은 2021 시즌 투어를 뛰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승현은 지난 2018년 6월 S-OIL 챔피언십에서 역대 5호 기록인 노 보기 우승을 달성하는 등 정규 투어 통산 7승을 거둔 강자다. 특히 국내에서 퍼트를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 성적이 다소 부진하기는 했어도 2017년 메이저 대회 우승에 따른 시드(출전권)가 남아 있는데도 일단 쉬면서 긴 호흡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기로 했다. 그는 수년 전 “퍼트 이론을 공부해 은퇴 뒤 퍼트 아카데미를 운영할 생각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1991년생인 통산 4승의 김자영(29)도 일단 한 시즌을 쉬기로 했다. 김자영 측은 “10년 동안 골프만 하다 보니 너무 지친 상태라고 하더라. 못 해봤던 것들도 하고 좀 쉬면서 차차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김예진. /사진제공=KLPGA김예진. /사진제공=KLPGA


한승지. /사진제공=KLPGA한승지. /사진제공=KLPGA


2015 시즌 신인상 포인트 2위였던 통산 1승의 김예진은 스물다섯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24일 “투어 생활도 행복했지만 치열한 경쟁이 성격상 맞지 않아 한편으로 허전함이 컸다. 주변에서는 너무 이른 은퇴라는 얘기가 많지만 한 번 정하면 돌아보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김예진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인 남동생과 함께 고향 부산에 조만간 골프 레슨 스튜디오를 연다. 올해 일본에서 뛴 한승지(27)도 투어 생활을 접고 레슨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온라인 레슨부터 진행 중이다.


레슨 프로로의 변신은 투어 출신 선수들의 ‘제2 인생 선택지’로 가장 자연스럽다. 대회 프로암 이벤트와 스폰서 고객 초청 행사 등을 통해 레슨에 익숙한데다 선수 시절 쌓은 인지도를 앞세워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11위 등의 성적을 낸 장원주(24)는 레슨 프로로 전향한 뒤에도 용품 업체 광고 모델 계약을 이어가며 클럽과 의류 일체를 후원받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워낙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려 내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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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3승의 허윤경(30), 4승의 김지현(29)은 올해까지 10년 연속 정규 투어 활동 기록을 쓴 뒤 “계획했던 10년을 채웠다”며 ‘쿨 하게’ 필드를 떠났다. 골프장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허윤경은 준우승 12회의 경험을 녹여 멘털 관리에 관한 책도 낼 예정이다.

최근 들어 유독 은퇴나 휴식을 결정하는 선수가 많은 데 대해 김예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다들 지칠 만한 시즌이었고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 많다 보니 과감해 보이는 결정이 많이 나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90년대생은 아니지만 은퇴와 2부 투어 도전 사이에서 고민 중인 통산 1승의 박유나(33)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2016년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대회 예선을 거쳐 우승하는 최초 기록을 썼던 박성원(27)도 “지난해부터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흐름이 생긴 것 같다”는 의견을 보탰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해 레슨 프로로 활동 중인 그는 “투어를 뛸 정도의 선수라면 실력 차는 크지 않다고 본다. 누가 좋은 타이밍을 더 잘 잡느냐, 흐름을 타느냐 못 타느냐의 차이”라며 “그 흐름에 따라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게 마련인데 은퇴한 후에는 생활의 안정감이 커서 만족한다”고 했다. “종종 경기 중계를 봐도 그 속에서 스스로 싸우느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다시 할 엄두가 안 난다. 다른 누군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을 즐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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