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40여 건축물로 본 600년 도시 서울의 본색 [책꽂이]

서울체

박길룡·이재성 지음, 디북 펴냄




서울의 나이는 600세가 넘었다. 1394년부터 조선의 수도 한성으로, 일제 강점기에 경성으로, 해방 후 서울로 70년을 지냈으니 말이다. 600년 연륜의 도시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데다 전란으로 망가졌던 도시가 재생된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래서 서울은 길을 따라 시간이 흐른다.

경복궁 동쪽 사간동 길을 거닐어 보자. 삼청로 초입에서 경복궁의 동십자각과 건너편 대한출판문화회관이 겹쳐 보인다. 동십자각은 조선의 전통 건축이요, 대한출판문화회관은 1975년에 건립된 근대 건축이지만 검은 벽돌로 지어졌고 반듯한 조형미라는 공통점을 갖기에 경복궁의 시대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옆에 50년 전통의 현대화랑이 있고, 좀 떨어진 자리에 갤러리현대가 있는데 한 때 이곳에는 한국의 2세대 건축가 박학재, 3세대 건축가 김원의 사무소가 있었고 아래층에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작업했던 곳이 있다. 그 옆 금호미술관은 화강석으로 만든 정면이 경복궁의 사괴석 돌담과 마주 보며 호흡한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원래 조선 왕실의 종친부가 있던 자리이나 일제 때 병원이 들어섰고 광복 후 육군병원으로 굳어졌다. 이후 국군보안사령부를 거쳐 박정희 시해 사건 등 생명을 위한 병원에 고통과 죽음의 기억이 드리웠던 것이 미술관 건립과 함께 새 역사를 쓰는 중이다.


건축학자 박길룡 국민대 명예교수의 새 책 ‘서울체’는 역사 위에 지어진 서울의 특질과 관련된 140여 개의 건축작품을 통해 ‘서울성’이라 부를 수 있는 서울의 지역성을 들여다본다. 건축 전문 사진작가 이재성이 사진을 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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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동 일대는 ‘서울의 나이테’라는 키워드로 살핀 곳으로, 서촌·정동·인사동·대학로 등지에 “서울 600여 년의 시간이 다채색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기념적 장소’를 키워드로 찾아간 절두산 순교기념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는 절경과 피의 장소가 교차한 모순적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저자가 ‘용감한 외래종’이라 명명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렘 쿨하스·마리오 보타·장 누벨의 다목적·고전적·파격적인 뮤지엄이 ‘3색’의 조화를 이룬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상어를 닮았다. 저자는 “이 건축은 한국 현대건축을 가로지르는 이빨 자국”이라고 했다.

‘도시·문화·장소’를 키워드로 광화문광장과 국립중앙박물관, 우란문화재단 등을 짚었고 ‘자본·도시·강남’을 주제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서관, 아크로스와 퀸마마마켓 등을 분석했다. ‘스마트빌딩’ ‘몸의 감각’ ‘착한 건축’ 등 책의 안내를 따라 서울을 만나노라면 일상적이던 것이 새롭게 보이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서울성’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서울의 건축을 통해 서울의 지역성을 찾으려 한 시도에 대해 “21세기에 지방색을 가진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지만 그래서 달라질 일이 있다”면서 “소위 익숙한 것으로부터 오류를 범하는 문화의 버릇이 있어, 세계성에 희석되고 지방색을 교반(攪拌)할 수록 그 한편에는 독자적으로 달라질 차이를 만드는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앞서 ‘제주체’를 통해 건축으로 지방의 고유색을 살폈다. 뒤이어 나온 이 책은 ‘한국 현대건축의 지리지’의 두 번째 책이다. 3만2,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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