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미 사의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복귀하면서 ‘추·윤 갈등’의 전쟁터에서 추 장관이 홀로 패장의 멍에를 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며 ‘아름다운 퇴장’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24일 서울행정법원이 2개월 정직 처분에 대해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추 장관 퇴장의 의미는 다소 빛이 바래지게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무리하게 징계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추·윤 갈등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오점을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공수처 출범 등 추 장관은 권력기관 개혁 소임을 다했지만 윤 총장이 남게 되면서 아쉬운 상태로 물러나게 됐다”면서 “이미 퇴장 시점을 놓친 윤 총장의 경우 향후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안을 재가하는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공수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검찰 개혁 임무를 완수했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해서 사의를 밝힌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사의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추 장관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며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작별 인사를 고한 만큼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은 시간 문제인 상태다.
추 장관의 사퇴 시점은 내년 1월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1월 말 안에는 공수처가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6차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이날 기존 후보군 가운데 최종 2인이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날인 29일 문 대통령이 최종 1인을 지명하면 인사청문회 일정(20일, 지연 시 10일 연장)을 감안해도 한 달 내 초대 공수처가 가동하게 된다.
추 장관이 1월 파견 검사 인사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마치고 물러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유력한 교체 대상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다. 조 차장검사는 한때 추 장관 라인으로 분류됐지만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를 재고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점을 미뤄볼 때 윤 총장 라인으로 갈아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조치를 공식 비판한 간부 여럿이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