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선왕조실록·삼국사기는 국보인데, 고려사는 이제야 보물?

정부편찬 최초 역사서 '고려사' 보물 지정예고

서울대 규장각, 연세대, 동아대 소장 6건

동아대 석당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사’ 목판권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동아대 석당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사’ 목판권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조선왕조실록은 일찍이 1973년에 국보 제151호로 지정됐다. 조선왕조실록 정족산·태백산·오대산사고본을 비롯해 낙질과 산엽본까지 국보에 이름을 올렸고, 적상산사고본과 봉모당본은 지난해 추가로 국보가 됐다.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김부식 등이 쓴 ‘삼국사기’는 국가주도로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역사서로 1981년에 권 44~50이 보물 제722호로 지정됐고, 이후 낙장 없는 완질본이 2018년에 국보 제322호로 지정됐다.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이 신라·고구려·백제의 역사를 편년체 형식으로 정리한 ‘삼국유사’는 2002년에 보물, 2003년에 국보로 지정됐고 이후 2018년과 올해 8월에 국보로 추가 지정됐다.


그런데 삼국과 조선 시대 사이에 낀 고려의 역사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사’가 2010년에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게 전부였다.

문화재청이 고려 시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인 ‘고려사’를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최근 밝혔다. 그간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등 우리나라 고대와 조선 시대사와 관련한 중요 문헌들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에서 고려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사서인 ‘고려사’의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 그 역사·학술·서지적 가치를 다시 검토한 결과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고려사(목판본) 태백산사고본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고려사(목판본) 태백산사고본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고려사’는 고려 당시에는 정식으로 편찬된 적이 없다. 고려 말 문신 이제현, 안축 등이 편찬을 시도했으나 완성하지 못했다. 조선 건국 후 옛 왕조의 역사를 교훈 삼을 목적으로 태조 이성계가 명을 내려 정도전, 정총 등이 ‘고려국사(高麗國史)’를 편찬했다고 하나 실물이 전하지는 않는다. 이후 태종이 변계량, 이숙번 등에게 ‘고려국사’의 수정편찬을 명했으나 완성하지 못했고 세종이 즉위해 ‘고려국사’의 오류를 지적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1449년에 편찬을 시작했다. ‘고려사’의 완성은 문종 1(1451)년의 일이고, 인쇄 및 반포는 단종 2(1454)년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때 간행된 판본의 실물은 알려져 있지 않다.

연세대도서관이 소장한 ‘고려사’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연세대도서관이 소장한 ‘고려사’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총 139권으로 편찬된 ‘고려사’는 세가(世家) 46권, 열전(列傳) 50권, 지(志) 39권, 연표(年表) 2권, 목록(目錄) 2권으로 구성됐다. 1455년(세조 1) 을해자(乙亥字·강희안의 바탕으로 만든 금속활자로 실물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동활자)로 간행된 금속활자 판본이 있고, 중종 때(1506~1544) 을해자 판본을 목판에 다시 새겼다고는 하나 현재는 △1482년(성종 13)에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 △1613년(광해군 5)에 을해자본을 번각(飜刻·뒤집어 다시 새김)해 새긴 목판본의 초간본 △1613년에 을해자본을 번각한 목판본의 후쇄본(17~18세기 추정)이 전하고 있다.

동아대 석당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사 목판본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동아대 석당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사 목판본 등이 보물로 지정예고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대상은 현존 ‘고려사’ 판본 중 가장 오래된 을해자 금속활자본과 목판 완질본(完帙本)이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해자 2건,목판본 2건), 연세대학교 도서관(목판본 1건),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목판본 1건,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4호) 등 총 3개 소장처에 보관된 6건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2종의 을해자본은 비록 완질은 아니지만 현존 고려사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며, 2종의 목판본은 각각 태백산사고와 오대산사고에 보관되었던 것으로, 모두 을해자 번각 목판 초간본이자 완질이다. 그리고 동아대 소장본과 연세대 소장본은 번각 목판본의 후쇄본이지만 완질이고, 조선 후기 민간에 ‘고려사’가 유통되어 열람·활용된 양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관련기사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의 박수희 연구관은 이들 유물에 대해 “고려의 정사(正史)로서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라는 점, 비록 조선 초기에 편찬되었으나, 고려 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점 등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가치가 인정됐다”면서 “해당 판본들은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6건의 ‘고려사’는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받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