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료(魅了)됐다. 마음이 완전히 사로잡혀 끌릴 때의 느낌을 담은 단어다. 제네시스가 새롭게 선보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GV70를 2시간 남짓 시승한 경험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특정 성별이나 나이, 가족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주도적인 삶은 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제네시스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야외 주차장에서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한 카페까지 왕복 82km가량을 시승했다. 일반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와 와인딩 코스가 적절히 안배된 코스라 GV70의 성능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GV70를 처음 본 순간 유려한 라인이 한 눈에 들어왔다. GV80, G80, G90가 일(一)자형의 라인을 도입해 강직하면서도 격식을 갖춘 모습을 강조했다면 GV70는 곡선을 주로 활용해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외관을 완성하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엿보였다. 특히 제네시스 고유의 방패 모양 크레스트 그릴이 당당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 약간 짧은 두 줄 쿼드램프는 간결한 우아함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스포티한 범퍼 디자인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졌다.
제네시스 라인업의 상징 ‘여백의 미’를 구현한 실내 디자인도 준수했다. 인테리어는 기존 제네시스 차량과 유사하면서도 차체 크기가 작아진 영향인지 배치가 오밀조밀해진 점이 달라보였다. 14.5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는 개방감을, 정교한 조각이 눈에 띄는 동그란 변속 다이얼은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세로로 깊이 파인 무선충전기는 가로로 배치됐던 G80, GV80보다 사용하기 편했다. 시승차량이라 못 사용해 봤지만 스티어링 휠 오른편에 위치한 지문인식 기능도 눈에 띄었다. 스마트 키를 지니고 다니지 않아도 언제든 차량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편리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능은 명불허전이다. 국산 차 중에는 적수가 없다. GV70는 올해 초 출시된 SUV GV80와 엔진 및 구동계가 거의 같다. 엔진은 가솔린 2.5 터보, 가솔린 3.5 터보, 디젤 2.2의 3종이 있는데 가솔린 엔진은 각각 GV80에 탑재된 것이다. 디젤 2.2는 스마트스트림 2.2D 엔진이 쓰였다. 변속기도 다이얼 방식의 8단 전자식 변속기(SBW)가 쓰였다. 제네시스는 “GV80보다 차량이 가볍기 때문에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 3.5 터보 모델로 최고 출력 380마력, 최대 토크 54.0㎏·m의 막강한 성능을 뽐냈다. 복합연비는 리터 당 8.6㎞다. 시승을 마치고 본 실제 연비는 리터 당 4~5㎞ 가량이 나왔다.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후륜구동, 낮은 차체, 고 배기량 세 요소가 어우러져 GV70는 SUV이라기 보다는 고성능 세단에 가까운 주행 성능을 뽐냈다. 북한강을 긴 곡선 도로에서는 차체 안정성이 두드러졌는데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꺾어도 차체가 기울거나 몸이 쏠리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민첩한 가속 능력, 이에 걸맞은 밀리지 않는 제동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운전할 때가 즐거웠다. 가속 페달을 밟은 발 끝에 살짝 힘을 줬을 뿐인데도 속도계는 어느새 시속 100㎞를 훌쩍 넘겼다. 반면 속도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정숙성이 뛰어나서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충격이 부드럽게 흡수되는 느낌이 만족스러웠다.
반자율주행 성능은 GV70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주 요인이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HDA II)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은 계속해 차선과 차간거리를 읽고 조향과 속도를 보조했는데 차선을 바꾸지 않고 정속 주행하는 운전자가 사용할 경우 주행 피로감이 크게 줄어드는 기능이다.
다만 가격은 부담스럽다. 가솔린 터보 3.5 터보 모델의 경우 5,83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풀옵션은 7,350만 원이다. 경쟁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 GLC 클래스 최고가 모델 7,810만 원에 근접한다. 가성비가 아닌 ‘차 대 차’로 한판 대결을 벌이겠다는 제네시스의 자존심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