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백신 접종은 언제? 노영민 "2월 시작", 정세균은 "단정 못해"

고위 당정 협의에서 노 실장-정 총리 발언 엇갈려

'文대통령 책임론 우려' 盧는 내년 2월·2분기 특정

반면 현장지휘자 丁은 "가능한 이른 시기" 신중론

정세균은 확언 따른 책임 크지만 노영민은 교체설

백신 확보 지연 두고도 靑-총리 미묘한 입장 차이

丁 "7월 백신의존 생각 못해"...文 "4월부터 지시"

고위당정청 발언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고위당정청 발언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다른 나라들이 속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가운데 우리의 백신 접종 시기를 두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미묘하게 다른 발언을 내놓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백신 현황을 직접 챙기는 정 총리는 “도입 시점을 단정할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노 실장은 “내년 2월이면 접종이 시작되고 2분기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도 가능할 것”이라며 상당히 구체적인 복안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내년 1분기까지 백신 확보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차기 대권 주자와 교체가 임박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방어하는 게 우선인 청와대 참모 간 서로 다른 입장이 드러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7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코로나19 피해 지원대책, 치료 및 격리시설 확보 방안, 백신 계약 상황 등을 논의했다. 특히 백신 도입 시기에 대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년 2월이면 의료진·고령자를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가장 큰 화제가 됐다. 노 실장은 또 “세계 각국은 내년 2분기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전보다 훨씬 구체화 된 백신 접종 시간표를 제시한 발언이었다. 노 실장은 그러면서 “집단면역 형성 시점도 외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빠를 것”이라며 “정부는 이 시기를 더욱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성과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반면 정작 현장에서 백신 확보를 직접 지휘하는 정 총리는 옆자리에서 노 실장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구체적인 시점은 각 제약사의 생산 역량에 큰 영향을 받기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가능한 이른 시기에 도입되도록 추가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 노력이 세계적으로 크게 뒤처진 게 아님을 강조했지만 도입 시기에 대한 관점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정 총리는 그전에도 백신 도입 시기를 한 번도 월 단위까지 특정해 국민들에게 보고한 적이 없었다.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서도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1분기 언제라는 것은 특정이 안 되어 있다”며 “우리는 2월부터 시작하고 싶지만 (공급 시기는) 3월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시점을 거론하며 “접종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단정적 표현도 자제해 왔다. 백신 확보에 대해 여론이 첨예하게 갈린 시점에서도 “앞으로 계획을 세우겠다”는 식으로 표현하며 책임질 수 없는 확언은 되도록 피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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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 실장과 정 총리의 정치적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온 현상으로 해석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는 정 총리 입장에서는 백신 확보를 위한 자신의 노력만 부각하면 될 뿐, 변수가 많은 백신 확보 시기까지 굳이 무리하게 단언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총리직을 이어갈 경우 자칫 자신의 약속에 따른 무거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노 실장은 백신 확보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문 대통령 책임론으로 옮겨붙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부담이 우선인 자리에 있다. 곧 있을 개각에서 교체설도 유력하게 돈다. 그가 공언한 내년 2월이나 2분기에는 더 이상 청와대 소속이 아닐 가능성이 상당해 책임의 무게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정 총리와 청와대는 최근 해외 백신 수급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해명을 내놓아 관심을 끈 바 있다. 정 총리는 이달 20일 “정부가 백신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한 지난 7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그나마 정부의 오판을 에둘러 실토했다. 반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4월부터 지시를 내리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취지의 주장만 내놓았다.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은 해외 백신 확보 과정에서 어떠한 오판이나 착오도 한 적이 없는 상태다.

앞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2일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달라”며 올 4월9일부터 12월8일까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물량 확보에 대해 문 대통령이 13번 지시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같은 날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 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코로나19 백신 논란을 거론하며 “(백신을 개발한)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며 “그 밖의 나라들에서는,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국민들께 접종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믿고 있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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