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우린 백신·금강산 손 내미는데... 北은 또 "자급자족하자"

'80일전투' 속 주민들에게 '자력갱생' 24번 강조

"누구도 우리 돕지 않고 잘 살기 바라지 않아"

김정은 신년사나 당대회서도 유사 기조 따를 듯

백신 나눔, 금강산 관광, 전단금지 메시지 외면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단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단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민주당이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통과시키고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금강산 공동 개발을 제안한 가운데 북한이 또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특히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며 잘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북한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하며 한국 정부의 협력 제안을 외면하는 자세를 취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자력갱생은 우리 인민 특유의 투쟁정신, 창조본때’ 제목의 논설을 통해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며 우리가 강대해지고 잘살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믿을 것은 오직 자기의 힘뿐”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적 교훈은 남을 믿고 바라보며 자기 힘을 키우지 않는다면 피로써 쟁취한 혁명의 전취물을 하루아침에 말아먹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사회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니지 못하면 자그마한 시련과 난관 앞에서도 주저앉게 되고 사회주의 궤도에서 탈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2,800자 분량의 논설에서 자력갱생이라는 단어를 무려 24번이나 반복하면서 “‘80일 전투’야말로 자력갱생을 체질화한 북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내세웠다. 특히 올해 코로나19과 수해로 어려웠던 점을 언급하면서 “비관에 빠져 남을 쳐다본 것이 아니라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기치를 들고 우리의 힘과 기술, 우리의 자원에 의거해 국내 연구·개발·생산단위와의 긴밀한 협동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투쟁을 줄기차게 벌였다”고 자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80일 전투’ 기간은 10월12일부터 12월30일까지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다. /연합뉴스이인영 통일부 장관다. /연합뉴스


북한이 외부 지원을 거부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서 지난 8월 대규모 수해 때도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공개 지시한 바 있다. 노동신문은 11월19일에도 ‘비상방역사업은 당과 국가의 제일 중대사’라는 논설을 내고 방역과 외부 봉쇄를 강조하는 글을 발표했다. 신문은 “지금 우리 모두는 없어도 살 수 있는 물자 때문에 국경 밖을 넘보다가 자식들을 죽이겠는가 아니면 버텨 견디면서 자식들을 살리겠는가 하는 운명적인 선택 앞에 서 있다”며 “조국 수호 정신으로 살며 투쟁하지 못한다면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 무서운 병마에 농락당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말 환율 급락을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하고, 지난 8월에도 물자반입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하기도 했다. 최근엔 국내 제약회사의 백신 정보를 향해 해킹을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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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보건과 금강산 관광 협력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태도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더 많이 개발·보급된다’는 전제 아래 이를 북한과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을 본격 철거할 것처럼 암시한 뒤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금강산 관광 재개”라며 “공동으로 개발했으면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3일 이 장관과 가진 특별대담에서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6개월이 지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통과됐다”며 “미국에서 문제를 제기하지만 새해부터는 북한이 보답을 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북한이 다시 한 번 주민들이 모두 보는 매체를 통해 자력갱생·자급자족을 강조한 만큼 내년 1월 김 위원장 신년사나 5년 만에 열리는 8차 당대회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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