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샤인’ 손흥민(토트넘)도 새해면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누구보다 화려한 스물아홉의 한 해를 보냈지만 그의 잔치는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최근 이적 시장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산정한 손흥민의 시장가치(예상 이적료)는 9,000만 유로(약 1,200억 원)에 이른다. 손흥민을 영입하려면 1,200억 원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커스 래시퍼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울로 디발라(유벤투스), 앙투안 그리즈만(바르셀로나·이상 시장 가치 8,000만 유로) 등을 내려다보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구릿빛 피부에 앳된 얼굴의 손흥민은 독일 레버쿠젠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옮기며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 기록(약 400억 원)을 썼다. 이적 직후인 2015년 10월의 시장가치는 2,500만 유로. 5년여 만에 3.6배나 뛴 것이다.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에게 ‘아시아 최고’ 같은 수식어는 이제 초라해 보인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250경기 출전을 돌파한 손흥민은 100골 위업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24일(이하 한국 시간) 스토크시티와의 리그컵 경기에서 사실상 오심인 오프사이드 판정 탓에 100번째 골을 날려 버렸다. 28일 울버햄프턴과의 정규 리그 원정(1 대 1 무)에서 83분을 뛴 손흥민은 올해 토트넘의 마지막 경기인 오는 31일 오전 3시 정규 리그 풀럼전에서 아홉수 넘기에 다시 도전한다.
지난달 22일에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가 현재 5위(승점 26·7승 5무 3패)로 내려가 있는 토트넘은 1월 2일 리즈전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1월 29일에는 선두 리버풀과의 ‘빅 매치’도 있어 우승권 재진입을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한 달이다. 11골(4도움)로 2골 차 득점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손흥민에게도 중요한 한 달이다.
즐거운 순간을 사진으로 기억에 남긴다는 의미를 담아 ‘카메라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은 올해 명장면과 대기록을 숱하게 남겼다. 2019~2020시즌이던 7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골-10도움 기록을 썼고 2020~2021시즌인 9월에는 역시 아시아 최초로 1경기 4골을 폭발시켰다. 10월에 EPL 이달의 선수상을 받고 빅 리그 통산 100골 고지를 밟은 손흥민에게 이달 받은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한 해 최고의 골)은 화룡점정이었다.
손흥민은 유명 스포츠 에이전시인 CAA 스포츠의 고객이다. CAA는 브래드 피트, 니콜 키드먼 등을 고객으로 둔 할리우드 에이전시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데이비드 베컴 등을 관리하며 스포츠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로 통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CAA 스포츠는 스포츠 스타에게 경기장 밖에서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손흥민은 당장 내년부터 호날두, 농구 스타 드웨인 웨이드와 함께하는 소셜 미디어 이벤트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 밖 세상으로 팬층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손흥민과 손잡은 CAA 스포츠는 토트넘과 재계약 협상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독일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세 시즌씩을 뛴 손흥민은 두 팀에서 뛴 시간을 더한 만큼 토트넘에 머물고 있다. 다섯 시즌 연속 정규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간판스타로 자리 잡았고 올 시즌 정규 리그 12골을 합작할 정도로 해리 케인과의 환상 호흡이 화제다. “토트넘에서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손흥민에게 현재로서는 30대 잔치의 파티장도 토트넘일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을 떠난 동료들의 소식이 대부분 우울한 것도 토트넘 잔류에 무게를 싣는다. 이런 가운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의 파리 생제르맹(PSG)행이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PSG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포체티노 감독이 케인이나 델리 알리를 토트넘에서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현지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