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코스피에서 1조 원 넘게 순매도하며 연말까지 매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2,800 선을 돌파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추가 상승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유입이 필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와 약 달러 등으로 연초 외국인의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올 초 대비 외국인 지분의 회복이 더뎠던 자동차·철강 등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28일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 7,099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지난달 코스피에서 4조 9,933억 원을 순매수해 상승장을 이끌었던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꺾였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외국인투자가가 한국 시장 비중을 축소하는 단계로 보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시 만기일 이후 외국인 선물 순매수 규모는 현물 순매도 규모를 웃돌았다”며 “시장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배당락 이후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보기술(IT) 비중이 높고 기업이익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내년 미국의 추가 부양책 등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증시에서 중국의 비중은 지난 2017년 29.7%에서 2020년 현재 38.7%로 증가했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15.4%에서 13.4%로 낮아졌다”며 “중국 비중 확대의 피해가 컸던 섹터(경기소비재· 산업재·원자재) 중 코스피 내 이익 비중은 증가하고 외국인 지분율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005380)(39.80%→30.54%), 기아차(000270)(41.63%→37.42%), POSCO(005490)(51.40%→50.65%), 현대제철(004020)(22.53%→19.40%), 금호석유(011780)(33.65%→28.33%) 등은 아직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코스피 내 자동차 업종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비중은 2020년 연초 9.4%에서 현재 10.3%로, 철강은 연중 1.7%까지 하락한 후 최근 2.2%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4월 상승장 이후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던 반도체·2차전지 등에도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내년 1월 MSCI 등이 규제 관련 기업을 지수에서 일괄 제외하면서 지수 내 한국 비중이 0.04%가량 상승하고 증시 내 패시브 자금이 1,000억 원 정도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는 기술 패권 경쟁으로 국내 IT를 향한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