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탄력을 받은 배달 시장은 앞으로도 가장 성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2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시장은 3조 원대 규모로 커졌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이용자는 지난 2013년 87만 명에서 올해 2,500만 명으로 30배 가까이 급증했다. 초기에는 짜장면과 치킨·피자 등 당초 배달되던 음식만 다뤘지만 지난 2년 사이 스테이크·초밥 등 기존에 배달되지 않던 음식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데다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도 가능한 만큼 매물로 나올 요기요에 눈독을 들일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업계에서는 유통 대기업, ‘IT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 앱 후발 주자 쿠팡 등이 요기요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는 요기요 인수 기업의 규모에 대한 제한이 없고 인수 시 경쟁 제한성(독과점)에 대한 기준만 있어 대기업도 인수 요건을 충족한다.
해당 기업들은 인수전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인수 여부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요기요가 이들 기업에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 앱 시장의 경우 자본력뿐 아니라 운영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후발 주자들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보다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트리니티의 김남우 미국변호사(박사)는 “배달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네트워크 경쟁인데 대형 IT 업체의 빅데이터와 합쳐지면 요기요의 경쟁력이 더욱 커져 배달 시장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또 DH에 대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과로 다른 기업이 요기요를 차지하게 됐을 때 그것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유익한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배달 앱 시장 1·2위인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독과점 사업자의 등장으로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두 회사의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9.2%에 달해 독점 여부를 따지는 우선 요건인 시장 점유율 50%를 크게 웃돈다. 최근 쿠팡이츠 점유율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전국 기준으로는 5% 미만이라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공정위는 봤다. 공정위는 양사 결합으로 기업결합에 따른 효율성 증대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DH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가 한 회사가 되면 주문 밀도가 상승해 배달 시간이 단축되고 주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는 DH 측의 주장에 대해 “1인당 배달량 증가로 배달 시간이 오히려 증가하는 ‘혼잡 효과’ 등을 고려하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국내 벤처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산업계와 많은 전문가의 반대 의견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보리기자 세종=김우보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