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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국내 첫 구조조정 대출 투자 물꼬…선제적 구조조정 본격화

성장금융 구조혁신펀드 PDF 110억원 첫 투자

광케이블 업체 등 사후 구조조정 턴어라운드 지원

코로나19 쏟아지는 중소 부실 기업 자금줄 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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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조정 기업에 대한 대출형 사모펀드(PDF·Private Debt Fund) 투자가 시작됐다. 성장성은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망 기업에 새로운 자금줄이 될지 주목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성장금융 기업구조혁신펀드2의 PDF 운용사인 유진자산운용은 최근 2건, 총 115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기업 구조 조정 시장에서 PDF를 통한 투자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업체별로는 회생 졸업 기업인 혜성씨앤씨에 40억 원, 회생 기업인 윈앤드윈쇼핑에 75억 원을 투자했다. 중견 케이블 업체인 혜성씨앤씨는 지난 2001년 설립돼 KT와 LS전선·대한전선 등을 고객사로 2017년 매출 374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또 중국 등 23개국에 제품을 수출해 정부가 지정한 글로벌 강소 기업에도 뽑혔다. 5세대(5G) 케이블 수요 확대로 기대를 모았지만 차입금 부담과 주요 업체와의 거래 단절로 지난해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윈앤드윈쇼핑은 1999년 설립된 온라인 쇼핑몰 1세대 업체다. 성인과 유아 등 전 연령층에서 자체 상표를 만드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온라인 쇼핑 업계 지각변동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유진운용은 양사 모두 기존 채무를 상환하고 일부 자산을 담보로 설정했다.


PDF 투자는 성장성은 있지만 낮은 신용등급으로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에 대출해 고정적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에퀴티(지분)에 투자하는 사모펀드(PEF)보다 상대적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적고 평균 투자 기간이 3년 정도로 PEF(5년)보다 짧은 점이 특징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PDF 시장은 활성화돼 있다. 23일(현지 시간) 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PDF 시장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8,500억 달러(약 931조 원)다.



국내에서는 2016년 중소·중견 기업에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제공하고자 제도가 마련됐지만 그동안은 선순위 채권 발행 대출이나 인수합병(M&A)을 위한 인수 금융에 국한해 활용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PDF 투자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주요 기업의 새로운 구조 조정 투자 방식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부실 징후 기업 수는 157개 사로 전년 대비 53개 사(25%)가 감소했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 각종 공적 지원이 끝나면 부실 기업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PDF 대출 외에도 올해 1조원 규모의 2차 기업구조혁신펀드 투자도 본격화 하고 있다. 10월 전선 제조 중소기업인 메탈링크에 프로젝트펀드로 20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총 2건이 투자됐다. 향후 주요 운용사들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비롯해 총 5,50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펀드 집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8월 조성된 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기업구조혁신펀드는 동부제철, 성동조선해양 등 총 9,819억원이 집행되며 자본시장 주도 구조조정의 마중물이 됐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PDF 투자는 시중은행과 달리 자본시장 주도로 옥석을 가려 가능성 있는 기업은 과감하게 투자해 일자리와 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구조 조정 기업들이 쏟아질 상황에 대비해 관련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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