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임대료 내리면 건물주 금리인하? "도 넘은 정치금융"

민주당 '금리인하요구권' 추진에

"금융상식 어긋난다" 우려 커져

불법 사금융업자 이자 6%로 제한

저신용자 대출문 더 좁아질 가능성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시장경제에 반하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는 이른바 ‘정치금융’이 점입가경이다. 집권 여당 대표가 4대 금융지주 회장과 통화를 하고 민간 기업 마진에 해당하는 예대금리차 완화를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에 ‘대출 금리 인하 요구권’을 주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28일 국회·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전용기 의원은 임대료를 인하한 임대인에 금리 인하 요구권을 주는 은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부동산 임대업자가 본인 상가 건물에 세 든 소상공인 임대료를 인하해줄 경우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구체적인 요구 조건, 절차 등은 법 통과 이후 대통령령에서 정하기로 했다.

전 의원은 “정부도 임대 사업자가 임대료를 인하할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세제 혜택을 마련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가 임대 사업자가 임차인에 임대료를 인하해주더라도 부동산 매입 등에 대한 대출 금리는 그대로 유지돼 금융 비용 부담이 있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 상식에 어긋나는 법안이라는 우려가 많다. 보통 금리 인하 요구권은 돈을 빌려 간 사람의 재산·수입이 늘어나거나 신용도가 개선돼 은행도 대출 위험이 줄어 금리를 인하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인이 임차료를 적게 받는다면 재정 상황이 악화한 것인데, 되레 금리를 낮춰준다면 은행 건전성만 나빠지고 결국 줄어든 이자 수익을 일반 고객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사정이 어떤지 일단 들어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법안부터 발의하는 것은 은행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억압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법 사금융업자가 연 6%를 넘는 이자는 받을 수 없게 하는 방안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선심성 금융정책이다. 정부는 연내 국무회의를 열고 불법 사금융업자가 연 6%(현재 24%)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위반 시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저신용자에게 연 6%로 대출을 해줄 불법사금융업자는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여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돈을 구할 수 있는 길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 최고 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추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년 2월 2일까지 입법 예고 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자는 신용이 낮은 사람 순으로 대출을 하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이들은 불법 사금융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이로 인해 약 57만 명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어떻게든 돈을 빌려야 하는 저신용자는 결국 연 수백 퍼센트의 이자를 내며 음지에 스며든 사채 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며 “시장경제 논리에 지나치게 어긋나는 이들 금융정책은 좋은 취지일지라도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