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국내외 증시에 117조 원을 쏟아부으며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때도 과감하게 저가 매수에 나서며 증시의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3월의 폭락·폭등장을 지나며 고수익을 경험한 때문인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빚투’와 ‘단타’라는 투기적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자금은 코스피 45조 7,999억 원, 코스닥 15조 9,508억 원 등 총 61조 7,507억 원에 달했다. 올 들어 고객 예탁금 역시 지난해 말 27조 3,933억 원에서 이달 23일 기준 63조 3,267억 원으로 35조 9,334억 원 순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국내 증시로 이동시킨 자금만 97조 6,841억 원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들이 올해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 192억 달러(약 21조 원)를 포함하면 순수하게 개미들의 힘으로만 국내외 증시에 118조 원의 ‘머니 무브’가 일어난 셈이다.
국내로 유입된 막대한 자금에 힘입어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808.60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27.7%가 올랐다. 하지만 증시 상승세를 타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출로 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나 주식을 사고파는 횟수를 늘려 고수익을 추구하는 ‘단타’가 급증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1~11월 20대가 개설한 신규 계좌의 회전율은 5,248%에 달했다. 이들 계좌의 평균 잔액은 약 583만 원인데 빚투와 단타로 지난 11개월 동안에만 3억 원 이상의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미다. 신규 30대 고객의 회전율도 4,472%나 됐다. 이들 계좌의 평균 잔액은 1,512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올해 거래한 주식 대금은 6억 7,161억 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평균 3,265만 원의 잔액을 가진 투자자가 약 3억 7,400만 원 규모(약 10배)를 거래하는 것이 평균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30세대의 자금 회전율과 레버리지(대출) 규모는 위험 수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빚투를 나타내는 국내 신용융자잔액은 올해 3월 말 6조 5,783억 원에서 이달 23일 기준 19조 4,039억 원까지 치솟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의 큰손으로 성장한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 증시에 남으려면 단타와 빚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단타와 빚투가 실제 수익률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단타 경향이 가장 강했던 20대의 올해 수익률은 10.45%였지만 회전율이 1,757%로 가장 낮았던 60대 이상 투자자의 경우 원금 대비 23.57%를 벌어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이혜진·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