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中, 유럽과 투자협정 임박…美 포위망 돌파 '숨통'

SCMP "이르면 이번주 타결"

노동기준 등 7년여 설전 끝에

中, 서방 구애 차원 대거 양보

對유럽 외교경쟁전 고지 선점

美도 전통적 동맹복원 안간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8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외교 정책 화상회의에 참석한 뒤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8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외교 정책 화상회의에 참석한 뒤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거대 시장 개방을 무기로 유럽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애에 적극 나선 가운데 7년여를 끌어온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투자 협정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이 유럽과의 동맹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대(對)유럽 외교 경쟁에서 일단 한발 앞서 나가는 상황이다.



29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미 EU 27개 회원국 전체가 중국과의 투자 협정을 승인했으며 지난 2014년 시작된 협상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투자 협정이 체결되면 유럽 기업이 중국에서 전례 없는 시장 접근권을 얻게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양측이 함께 노력한 결과 최근 협상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으며 전망이 밝다”고 밝혀 보도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이어 “협정이 조속히 결실을 거둬 무역협력의 제도적 틀을 굳건히 하고 양측 기업과 인민에 이익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국과 유럽은 연대 타결을 목표로 투자 협정을 논의해왔는데, 특히 올해 EU 의장국인 독일이 중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합작법인의 요건과 외국인 지분 한도 같은 대중국 투자 장벽이 한층 낮아진다. 적용 대상은 제조업과 금융업을 포함해 부동산, 환경 서비스, 건설, 해운 및 항공 등 전방위적이다.

그동안 강제 노동 금지 등 노동 기준이 가장 큰 걸림돌로 알려졌으나, 중국 측이 이번 협상에서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이미 대외 투자에 높은 수준으로 개방된 상태인 만큼 문제는 중국의 개방 여부였다. 결국 중국이 이 문제에서 대폭 양보하기로 한 셈인데, 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유럽의 지지를 획득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무기로 투자 무역 협정을 맺어 각국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과 일본·호주 등 환태평양 국가 간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서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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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황이 중국의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유럽과의 동맹 복원을 통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의도에 이번 중국·EU 투자 협정이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만간 체결될 협정은 차기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과 마찰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디엄그룹의 중국 전문가인 노아 바킨은 SCMP에 “지난 4년간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이후 EU는 중국과 관련해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데 이것이 협정 타결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도 유럽에 대한 외교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 정부가 무역 악폐와 기술·인권에 책임을 지게 하면서 중국과 경쟁하는 가운데 생각이 비슷한 파트너·동맹과 연합을 구축할 때 우리 입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민주적 파트너와 함께라면 우리의 경제적 지렛대가 배 이상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특정 동맹 대상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첫 순위에 유럽이 올라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U의 각국 정부가 중국과의 투자 협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점도 난관이 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 공방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위구르족 인권 등과 관련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반중 감정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임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는 아예 대중 공세로 ‘대못 박기’에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이날 미국 투자가가 중국군 관리하에 있다고 추정되는 중국 기업의 유가증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한 행정명령의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인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국방부가 중국군의 지원을 받는다고 지정한 중국 기업은 31곳이다. 행정명령은 내년 1월 11일 시행될 예정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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