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지주회사 세우는 앤트그룹…中 IT기업들 '불안감' 증폭

당국 관리 전제로 금융사업 편입

결제서비스 외 제약 사실상 수용

징둥닷컴 등 '나도 찍힐라' 걱정

이틀간 시총 2,000억달러 투매도

마윈/EPA연합뉴스마윈/EPA연합뉴스



중국 정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알리바바가 자회사 앤트그룹의 금융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 금융 당국이 앤트그룹에 사실상 해체 명령을 내린 데 대해 곧바로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텐센트·징둥닷컴 등 다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 역시 중국 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해 앤트그룹이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금융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금융 사업들을 편입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자산 관리, 소비자 대출, 보험, 결제 업무와 인터넷 전문은행 마이뱅크 등이 지주회사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앤트그룹의 금융 사업들이 지주회사로 편입돼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되면 성장성이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앤트그룹이 올린 매출 725억 위안(약 12조 1,800억 원) 가운데 금융업의 비중은 63%에 달하는 반면 본업인 결제 서비스 매출은 35.8%에 불과하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프랜시스 챈 애널리스트는 자산 관리나 소비자 대출 등 앤트그룹 비결제 사업의 밸류에이션이 75%나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지주회사 설립은 앞서 판궁성 인민은행 부행장이 앤트그룹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다. 당시 판 부행장은 앤트그룹에 결제 서비스라는 본업에 충실하고 규정을 위반한 대출·보험 등 금융 상품 판매 활동을 바로잡을 것,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신용평가업을 정리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24일 8.13% 급락한 데 이어 28일에도 7.98%나 추락했다. 다만 29일에는 지주회사 설립 소식에 6% 이상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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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중국 IT 기업들 역시 당국의 규제 리스크에 노출돼 ‘제2의 알리바바’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자 상거래 업체 징둥닷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음식 배달 업체 메이투완 등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중국 지도부는 16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업무)회의에서 내년도 중점 임무 중 하나로 대기업 반독점 규제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 기업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탄압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서 이들 기업의 주식을 투매하면서 24일 이후 2영업일간 이들의 시가총액 2,000억 달러가 증발됐다.

투자은행 베어드의 콜린 서배스천 애널리스트는 “알리바바를 비롯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조사 결과는 예측 불가능하다”며 “중국 정부의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내년에도 이 같은 직접적 규제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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