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시너지보다 이해상충 금융계 PE…독립 운영이 대세

미래에셋그룹 IB와 PE분리키로

금융계PE 대부분 독자 의사결정으로 변화

IB와 PE간 사업 영역 다른 탓




투자은행(인베스트뱅크·IB)과 시너지를 기대하며 출발했던 금융그룹 내 사모펀드운용사(프라이빗에쿼티·PE)가 IB와 떨어져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너지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투자업계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탓이다.

30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래에셋대우(006800)PE를 미래에셋운용PE로 사실상 통합했다. 미래대우주요 인력이 미래운용 PE로 넘어갔고, PE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래에셋그룹은 업계1위 IB인력을 기반으로 IB가 국내외에서 투자 기회를 발굴하면 PE가 뒷받침하는 구조였다. 이 같은 형태는 미래에셋그룹이 다른 PE와 달리 미래운용과 미래에셋생명 등 내부 투자금 위주로 운용해온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미래운용PE는 IB와 별도로 운용할 계획이다. 미래운용PE는 한국성장금융이 선정하는 뉴딜펀드 운용사에 도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이 선정되면 5년 만에 외부 기관투자자로부터 출자금을 받는 것이다.

금융계 PE 가운데 최근 가장 활발하게 투자활동을 벌이는 NH PE 역시 출발은 NH투자증권 내 IB본부 산하에 있었다. 2016년 출범 당시에는 은행 인력이 증권에 파견 나와 있는 형태였다. PE가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조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1년 만에 IB본부에서 독립했고, 현재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IB 조직과는 PE에서 다루지 못하는 기업 자금조달·인수합병(M&A) 수요 정보 등을 공유하는 정도로만 협업한다. 은행이나 증권사에 속해있던 우리PE·KBPE·한투PE·하나금투PE·대신PE나 SKSPE는 아예 분사해 별도 대표이사를 두고 있다. 주요 금융계 PE중에는 KB PE와 신영PE가 증권사 IB본부 내 사업부 형태로 있다.





이들이 기대한 가장 큰 시너지는 인맥 공유다. 증권사 IB조직은 주요 거래처인 대기업의 재무 담당자와 연계가 많다. 일종의 영업맨이 대기업 재무 쪽과 접촉해 상장·사채발행 등 자금조달·지배구조개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의 출자금을 맡아 굴리는 PE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신사업팀이나 M&A 담당자가 거래 상대방이어서 IB의 인맥과 결이 다르다. 오히려 일부 기업은 M&A팀의 추진 사업에 재무팀에서 제동을 걸기도 한다.

외부 기관투자자의 신뢰도 문제다. 기관투자자가 돈을 맡기기 위해서는 크게 기존 투자 성과가 좋았는지와 투자금의 수익률에만 집중할지를 따지는데 수익률 부분에서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금융 그룹 내 IB와 연계한 PE조직은 금융 그룹 주요 계열사의 자금을 굴리기 위한 조직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펀드매니저의 선관의무를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SKS PE도 과거 SK증권 내부에 있을 때는 실제와 관계없이 SK그룹의 자금관리용 조직이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시선 때문에 과거 한 금융그룹 내 PE 대표는 내부 임원 모임에도 빠질 정도로 거리를 유지했다. 그는 “계열사 임원을 만나다 보면 나에게 돈을 맡긴 기관투자자의 이해관계와 반하는 투자를 권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접촉 자체를 안 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PE 업계의 주류는 처음 예상과 달리 금융계 보다 처음부터 PE로 출발한 독립계 PE다. MBK파트너스와 같이 해외출신은 물론 IMM PE나 한앤컴퍼니 등 주요 거래는 독립계 PE가 장악하고 있다. 금융계 PE도 점차 독립계 PE로 변화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업계가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도 IB와 PE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IB는 대규모 자본력·PE는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로 쌓은 신뢰로 기반이 서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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