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로켓 발사 서둘러 될 일 아니다

김정수 부경대 교수·기계공학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연기는

성공확률 높이기 위한 필수과정

美·日·EU 등서도 수 차례 미뤄져

빈틈없는 검증으로 완성 이뤄야

김정수 부경대 교수김정수 부경대 교수



일본의 하야부사2 우주탐사선은 소행성 류구에서 토양샘플을 채집해 호주에 성공적으로 재진입시킨 후 새로운 탐사 여정을 시작하였다. 중국의 달탐사선 또한 며칠 전 달 토양 샘플을 채취한 뒤 귀환선과 랑데뷰에 성공해 돌아왔다. 주변국의 우주기술 발전을 보며 부럽기도 하다. 일본과 중국은 우리보다 분명 우주개발에서는 크게 앞서 있다. 이들 나라들은 지구궤도 주변의 우주개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달과 소행성으로까지 손길을 뻗고 있다. 우리보다 우주개발의 시작이 빨랐고 지속적으로 우주개발에 많은 투자를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이제 우리도 앞으로 우주개발을 어떻게 추진해 나아갈 것인지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우주개발에는 뉴스페이스라는 변화의 물결이 크게 일고 있다. 우주개발이 늦어 우주 기술력이 부족한 우리에겐 이런 변화를 쫓아가야 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이 변화의 물결을 바라볼 수만은 없다. 스페이스 엑스의 일론 머스크가 촉발시킨 신우주 시대는 상상이 아닌 곧 다가올 현실이 되고 있다. 머스크는 재사용 발사체로 전 세계 위성 발사 서비스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고 우주인터넷과 화성 정착 시대를 실현해 가고 있다. 이렇게 우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쳐갈 수 있는 토대에는 우주운송수단인 우주발사체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우주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해 독자 기술로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다. 누리호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설계, 제작, 시험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우리 기술로 그 개발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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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늠하는 1차 발사가 목전으로 다가왔는데, 발사 일정이 수개월 연기된다고 한다. 거대한 복합시스템인 우주발사체 일부 부품에서 불량이 발생해 이를 교체, 시험하고 이로 인해 최종 조립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했다고 한다. 누리호 발사 연기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겠지만 개발 일정이 조정되는 것은 우주선진국에서도 흔한 일이고 당연한 과정이다. 미국 스페이스엑스사의 팰콘-1 로켓은 네 번째 비행에서야 성공한 바 있고, 미항공우주국 나사가 새롭게 개발 중인 초대형 유인발사체도 첫 발사 일정이 당초 계획 대비 네 차례나 연기됐다. 일본이 현재 개발 중인 발사체도 엔진 문제로 발사가 늦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발사체의 시장경쟁력 회복을 위하여 새로 개발한 베가 발사체는 최근 세 번 발사에서 두 번이나 실패하는 불운을 겪었고, 업그레이드한 발사체의 발사도 내년 중반 이후로 미루어졌다.

중요한 사실은 우주발사체 개발기술 자립이 진정한 목표라면 약간의 발사일정 연기는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점이다. 상용화된 자동차는 문제가 생기면 리콜을 할 수 있지만,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거대 시스템으로 단 한 번의 발사로 성공 여부가 판가름나는 우주발사체가 지상에서의 빈틈없는 검증을 통해 신뢰도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의 기본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개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진중히 바라 볼 일이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미사일 개발기술로 직결되어 선진국으로부터 부품이나 기술 수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그러니 우주산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는 우리 산업체들과 함께 우리 기술만으로 누리호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개발의 막바지에 와 있는 만큼 마지막 완성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조만간 나로우주센터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누리호의 모습을 기대한다. 또 몇 년 후에는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과 행성 탐사선을 우리 발사체로, 한 달이 멀다 하고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우리의 신 우주시대를 가슴에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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