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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노동력·천연자원...포스트 코로나, 亞 시대 열린다

[책꽂이] 아시아가 바꿀 미래

파라그 카나 지음, 동녘사이언스 펴냄

美 중심으로 한 서구의 헤게모니

코로나로 부실한 시스템 드러내

亞국가들은 굳건히 버티며 성장

韓 수소경제·통일 잠재력도 주목

지나친 낙관·피상적 분석 아쉬움




“오늘날 아시아는 세계의 질서를 재편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지정학사에서 ‘아시아의 잠재력’이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1990년대, 아니 80년대부터도 줄곧 제기돼 왔다. 시계를 한참 앞으로 되감으면 200년 전 ‘중국이 잠을 자도록 내버려두라. 중국이 깨어나면 천하를 뒤흔들 것이다’ 라던 나폴레옹의 예언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늘 거기까지였다. 아시아의 부상은 언제나 ‘가능성’, 즉 오지 않은 미래에만 머물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헤게모니는 지금까지도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신간 ‘아시아가 바꿀 미래’ 역시 숱하게 제기돼 온 ‘가능성’의 연장선에 있는 세계 경제 전망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데는 ‘시점’이 큰 몫을 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은 코로나 19에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미국과 유럽 주요 ‘강대국’이 자랑해 마지않던 ‘시스템’이란 것이 얼마나 부실하기 짝이 없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국제관계 전문가이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프 대외정책팀을 지도했던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아시아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선진국이라고 생각한 미국과 유럽이 부실한 의료 체계와 방역 실패에 따른 대혼란으로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때 한국, 싱가포르,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굳건히 버티거나 오히려 성장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중·일이 주도한 성장 시대를 넘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이끄는 또 한 번의 성장 시대에 돌입했다. 아시아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고 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 2를 담당한다.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사는 이 거대한 지역은 급속도로 고령화하는 서양과 달리 젊은 노동력이 풍부한 청년들의 땅이다. 특히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은 팬데믹에도 든든한 외환 보유고를 유지하며 강한 회복 탄력성을 입증했다.


수치가 아닌 세계 주요 국가의 움직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2020년은 코로나 확산 와중에도 미중 무역 갈등이 폭발하며 두 강대국에 의한 전 세계 (우군) 줄 세우기가 화두가 된 한 해였다. 중국이 2017년 발표한 ‘일대일로(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는 ‘누르려는 미국’과 ‘밀어내려는 중국’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가 세계의 중심을 서구가 아닌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중국의 강력한 선언으로, 유엔 창설, 세계은행 설립, 마셜 플랜을 하나로 합친 것과 같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중국의 식민 지배와 다름없다”며 견제하고 나선 데는 세계 1위 자리를 위협하는 중국의 급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에 대한 이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오류는 바로 ‘모든 것이 지나치게 중국 중심’이라는 점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중국이 주변국들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야를 넓히면 인구가 더 많고 젊은 다른 지역이 아시아의 가치를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다. 책은 “아시아는 단지 중국에 다른 국가를 더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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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저자는 전자 산업 분야에서의 한국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수소 경제, 사물인터넷 시장에서의 우위를 소개한다. 특히 한국의 높은 모바일 뱅킹 가입자 비율과 관련 기술을 언급하며 그 가능성을 풀어낸다. 아시아 저소득 국가에서 핀테크 상품 보급률이 5% 미만인 현 상황은 한국 핀테크 상품이 20억 명 이상의 잠재적인 이용자를 보유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밖에 통일 한반도에 기대할 수 있는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한다.

다분히 서구 시각에 입각한 일부 분석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가령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과 일본의 수출 기업에 기회가 되었다는 분석은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 눈치를 보며 살얼음을 걸어야 하는 국가들의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본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 중앙아시아의 넉넉한 천연자원, 그리고 통일 한반도의 잠재력… 아시아에 관심 있는 독자에겐 딱히 새로울 것 없는, 낙관 위주 분석이 주를 이룬 내용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2020년이 코로나 19로 전 세계와 인류의 모든 것이 바뀐 전환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들을 새롭게 들여다볼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2만 5,0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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