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EU 투자협정에 환호하지만...中, 숙제는 남았다

기관지·관영언론 자화자찬에도

각국 의회 비준 통과 장담 못해

바이든 노골적인 불만도 변수로

지난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중국·EU 정상들이 투자 협정 관련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지난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중국·EU 정상들이 투자 협정 관련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투자 협정 합의에 대해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환호하고 나섰다. 미국과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자국 시장 개방을 무기로 유럽의 지지를 끌어냈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미국의 반발, 유럽 내의 회의적 태도, 중국의 이행 여부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3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간에 합의된 ‘중·EU 투자 협정’ 논평에서 “이 새로운 투자 협정은 양측에 더 많은 투자 기회와 더 좋은 사업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측은 지속 가능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속히 비준을 끝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관영 환구시보는 “양측은 미국의 일방적 헤게모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며 “세계 최대 신흥 경제 대국과 세계 최대 선진국 그룹 간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중국은 유럽과의 협상에서도 결국 시선은 미국에 꽂혀 있는 셈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투자 협정 브리핑에서 “중국은 유럽과 함께 다자주의를 수호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 관계도 정상 궤도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외신 기자가 이번 협정 체결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묻자 “미국 정부에 물어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7년여간 계속된 투자 협정 협상의 관건은 결국 중국의 태도 변화라고 지적돼왔다. 이번 협정으로 유럽 기업은 중국에서 훨씬 큰 시장 접근권을 얻게 됐다. 유럽은 이미 대부분의 분야에서 개방된 반면 중국은 여전히 개방 정도가 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협정으로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새로운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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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돌변은 결국 미국과의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현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달리 동맹을 강조한 조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을 20일 앞두고 그만큼 다급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이번 합의에서 처음으로 환경·노동 관련 국제적 규정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강제 노역에 반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유럽으로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심각한 경기 불황을 타개하는 데 ‘차이나머니’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 반감이 적지 않은데다 그동안 중국에 대한 불신이 쌓여 이번 합의가 마지막 남은 절차인 EU 각국 의회의 비준을 무사히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이 중국과의 타협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것도 큰 장애물이다. 미국 업계는 중국에서 미국 기업보다 유럽 기업의 투자 여건이 유리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그동안의 많은 협상에서 그랬듯이 이번에도 중국이 실제 개방 약속을 얼마나 지키느냐에 유럽의 지지 유지가 달려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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