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전국 주요 해돋이 명소가 폐쇄되자 시민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일출을 감상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 첫날 아침이면 서울 노원구 집 뒷산에 올랐던 한모(55)씨는 1일 아침 집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일출을 감상했다.
한씨는 “날도 춥고 코로나19도 걱정돼 올해에는 가족과 집에서 해맞이를 했다”며 “함께 새해 소망도 빌고 덕담도 나누면서 기분을 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25)씨는 서울 용산구 집 침대 위에서 아이패드로 해돋이를 봤다. 그는 마음에 드는 풍경을 찾기 위해 이곳 저것을 찾다가 동해안에 설치된 한 CCTV를 통해 일출 장면을 지켜봤다.
박씨는 “방 안에서 ‘일출 명소’의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오히려 더 편한 것도 같다”며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꼭 취업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27)씨는 가족과 아파트 옥상에서 해돋이를 감상했다. 최씨는 “코로나에 멀리 안 가고 가장 가까이서 일출 볼 수 있는 데가 집 옥상인 것 같아서 가족끼리 시간 맞춰 올라왔다”며 “구름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실시간 채팅을 보내며 새 해를 맞이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신축년 새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좋은 일만 생기게 해주세요”, “로또 1등 되게 해주세요” 등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라고 소원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직접 눈으로 해 뜨는 장면을 보면서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 안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캠핑카를 빌려 가족과 함께 주문진으로 해돋이를 보러 간 양모(26)씨는 “가는 길은 멀미도 나고 해돋이를 기다리는 동안 춥기도 했지만, 막상 차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해돋이를 보니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좋았다”며 “생각보다 해안도로에 ‘드라이브스루’로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오전 7시 30분께 서강대교에는 100여명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사진작가 김모(59)씨는 “매년 한강 다리에 일출을 찍으러 오는데 올해는 더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동해안 해돋이 명소를 못 가게 되니 다 서울에서 그나마 잘 보이는 곳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7시 30분께 후암동에 사는 서모씨 부자는 이날 남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으로 향하는 산책로를 걸으려다 등산로 초입부터 둘러쳐진 출입 금지선을 보고 돌아 나왔다.
아버지 서(59)씨는 “매해 팔각정에서 수평선 너머로 올라오는 붉은 해를 봤다”며 “남산 정상과 주요 일출 관람 지점만 막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등산로 입구부터 막을 줄은 몰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산책로 입구가 막히자 그나마 가장 지대가 높은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인근 광장에 모여 점점 붉어지는 구름을 보고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광장 옆 ‘삼순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해가 잘 보이는 위치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