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의 소용돌이를 뚫고 맞은 신축년, 유통가에는 연초부터 확전(擴戰)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신규 출점에 나서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고, 성장세에 탄력을 받은 이커머스 업계는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한 합종연횡을 시작한다. 각 업체들이 생존과 도약의 전략을 쏟아내 시장 재편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는 2021년 유통업계를 2회에 걸쳐 전망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업계는 새해 신규 출점을 앞세운 반격을 준비한다. 쇼핑의 중심추가 급속히 이동하며 백화점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국내 주요 백화점 3사 모두 ‘시그니처’ 점포로 분위기 반전에 들어간다. 유통 공룡의 저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가 각 서울 최대 규모, 대전 최초, 단일 건물 최대 규모 등의 수식어를 단 신규점포를 올해 개점한다. 유통공룡 빅(Big)3가 신규 점포를 같은 해 동시에 오픈하는 것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유통규제로 신규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유통 3사가 대표 매장을 앞세워 대형 유통사의 자존심 회복에 나선 것이다.
새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신규점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유통의 무덤’으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에 서울 백화점 중 최대 규모로 내년 2월 도전장을 낸다. 여의도 ‘파크원’에 들어서게 될 여의도점은 정지선 회장의 야심작으로 개점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로 개발하겠다”며 여의도점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여의도점은 서울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여의도, 마포·공덕 등 서울 서부권의 쇼핑 메카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6년 입점 당시 단독 입찰로 임차기간 최대 20년에 연 임차료 300억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된 것 역시 현대백화점으로선 숨통을 틔울 수 있었던 부분이다.
먼저 ‘면적=매출’이 백화점 입점 공식으로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먼저 면적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8만9,100㎡,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면적 기준으로는 서울 백화점 중 가장 크고, 전국 네 번째에 달한다. 명품 입점이 곧 백화점의 승부수가 되는 만큼 현재 발렌시아가 등이 입점을 확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3대 명품인 루이비통·샤넬·구찌도 입점을 협의 중인 만큼 이 중 최소 1개 이상 내년 안에 매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명품뿐 아니라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고(GO)’ 기술을 활용한 매장도 들어서 ‘저스트 워크 아웃’(상품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서비스를 적용하는 등 20·30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점포 구조조정 중인 상황에서도 올 6월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 동탄점을 개장, 경기 남부를 공략한다. 경기 남부가 구매력 높은 30·40대가 많이 거주해 매력적인 상권으로 떠오르면서 수원 영통구에 있는 ‘갤러리아 광교’에 도전장을 내는 것이다. 롯데쇼핑이 점포 효율화 차원에서 청주 영플라자를 비롯, 실적이 부진한 점포 116곳을 폐점한 가운데 신규 출점하는 점포라 유통업계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영업면적으로는 2만평이 넘어 롯데백화점 전점 중 잠실점에 이어 두 번째고, 단일 건물로 따지면 가장 큰 초대형 점포다.
갤러리아·롯데백화점 등이 장악하고 있던 대전에는 신세계백화점이 8월 사이언스 콤플렉스로 출사표를 던진다. 신세계가 대전에 여는 첫 백화점으로 약 6,000억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로 들어선다. 콤플렉스에는 백화점과 함께 호텔, 과학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높이 193m 건물에는 전망대도 들어선다.
이처럼 대형 유통사들은 코로나19로 유통 채널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지만 온라인 강화뿐 아니라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고삐를 죈다는 전략이다. AK플라자도 오는 10월에 경기도 광명 KTX역세권에 영업면적 3만4,650㎡ 규모의 NSC형(상권 특화형 쇼핑센터) 쇼핑몰을 오픈한다. 롯데그룹은 ’롯데몰 송도점‘ 출점과 ’롯데몰 상암점‘ 출점도 계획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상암 롯데몰의 경우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인허가 과정 중에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대표성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은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