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동양 페블비치'를 가보셨나요? [박시진 기자의 골카]

해남 파인비치CC 방문기

비치·오션·오시아노 27홀 코스

팰리세이드 타 보니

캐디백·보스톤백 4개에 캐리어도

동양의 페블비치로 불리는 해남 파인비치 CC /박시진 기자동양의 페블비치로 불리는 해남 파인비치 CC /박시진 기자



2021년 신축년 (辛丑年)이 밝았습니다. 어느덧 골프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됐네요. 특히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금지되며 국내에서만 골프 플레이를 즐겼습니다. 저와 같은 골퍼들이 늘어나다 보니 수도권부터 인근 충청도, 강원도 인근까지는 그린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더라구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멀리 가보자 싶어 원거리 여행을 알아봤습니다. 이전만 하더라도 베트남이니 동남아니 일본이니 해외 골프 여행을 꿈꿨겠지만, 코로나19로 국내 여행으로 만족하고자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한국에 ‘동양의 페블비치’가 있다는 말에 바로 예약을 잡아버렸습니다. 이번 회는 신년 특집으로 지난 가을 팰리세이드를 타고 다녀온 ‘해남 파인비치CC’ 리뷰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 전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다녀왔습니다.)

팰리세이드는 4인이 타기에 최적화 된 차량이었습니다. /박시진 기자팰리세이드는 4인이 타기에 최적화 된 차량이었습니다. /박시진 기자


이날 팰리세이드를 선택한 이유는 4인에 가장 최적화된 차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트렁크 적재공간도 충분할 뿐 아니라 웅장한 사이즈로 4인이 탔을 때 각자 경험할 수 있는 ‘넓은 공간’ 덕분에 편안한 여행이었습니다. 골프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총 4명이 각자의 골프백과 보스톤백 캐리어까지 싣고 이동해야 했는데, 팰리세이드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죠. “팰리세이드는 명차야”를 입에 달고 사는 지인에게 부탁해 겨우 허락을 받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이날 탄 모델은 ‘2.2 디젤’이었습니다. 처음엔 유난이라고 생각했지만, 팰리세이드 트렁크에 4명분의 짐이 모두 들어가는 광경을 보니 꽤 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3열까지 접어 차곡차곡 테트리스하듯 예쁘게 쌓아야 했습니다.


출발지인 위례신도시부터 파인비치CC까지는 편도 378km의 장거리였습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4시간을 운전해야 도착하는 거리였습니다. 여기에 또 숙소는 여수 밤바다를 보기 위해 인근으로 잡았습니다. 골프장에서 숙소까지 172km로 약 2시간이 걸리죠. 하루 사이 총 550km를 달리며 6시간 동안 팰리세이드와 함께한 셈입니다. 이 정도면 ‘베프(베스트프렌드)’까지는 아니어도 어디 가서 친하다고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팰리세이드 트렁크 용량은 기본 1297ℓ입니다. 3열까지 접을 경우 2447ℓ까지 늘어납니다.

팰리세이드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와 보스톤백 4개, 그리고 캐리어까지 차곡차곡 들어갑니다. /박시진 기자팰리세이드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와 보스톤백 4개, 그리고 캐리어까지 차곡차곡 들어갑니다. /박시진 기자


드디어 출발! 트렁크에 모든 짐을 다 싣고 나니 4명이 차를 타고 가기에 불편함은커녕 오히려 안락하게 주행했습니다. 긴 시간 차를 타고 가다보니 다들 핸드폰을 쳐다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웬걸, 좌석마다 USB포트가 있어 개인당 하나씩 사용했습니다. 크기와 실용성을 직접 실감하니 호감도가 조금씩 상승했습니다. 사실 남녀의 사랑도 사소한 감동으로 시작되지 않던가요.

팰리세이드는 2열에도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가 있습니다. /박시진 기자팰리세이드는 2열에도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가 있습니다. /박시진 기자


팰리세이드는 공간과 실용성뿐 아니라 승차감도 남다르더군요.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지향하는 차량의 경우 프레임 보디가 적용돼 무겁고 투박한 대신 내구성을 높입니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모노코크 프레임이 적용돼 가벼우면서도 노면 충격을 차량 전체로 분산하며 부드러운 주행감을 제공하죠. 혹여나 기자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보조석과 2열에 탄 지인들 모두 승차감에선 만족했습니다.

다만 고속에서 풍절음이 꽤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옆자리에 탄 지인은 “누가 창문을 열어놨느냐”며 농담을 던졌고 다들 이에 동의했는지 깔깔거리고 웃기 바빴습니다. 시속 100km 전후로 풍절음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음악 소리를 높여 풍절음을 상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뒷좌석과 대화는 포기했다는 후문.

속도를 조금 더 높였습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지 않아도 알아서 가속하는 솜씨가 좋았습니다. 특히 꽤 고속인 상태임에도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몇키로일까요?” 몇 번을 테스트해도 맞추는 지인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조금 빠르게 차선을 변경해도 약간 몸이 좌우로 흐느적거릴 뿐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팰리세이드는 수납 공간 뿐 아니라 4인이 타기에 편안했습니다. /박시진 기자팰리세이드는 수납 공간 뿐 아니라 4인이 타기에 편안했습니다. /박시진 기자


2.2디젤 모델은 싱글터보 I4 엔진이 들어갑니다. 배기량이 2,199cc임에도 최대출력 202hp, 최대토크 45.0kg.m을 유지하죠. 슬슬 운전에 지쳐갈 무렵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했습니다. 주행 차로 유지와 앞차와 간격 유지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고속도로를 자동으로 인식해 과속 카메라에 맞춰 속도조절까지 합니다. 장거리 운전의 부담을 줄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날씨가 꾸물거리기 시작하며 마음도 조급해 집니다. /박시진 기자날씨가 꾸물거리기 시작하며 마음도 조급해 집니다. /박시진 기자


해남 파인비치CC는 동양의 페블비치로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방문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지난 2019년에는 대한민국 10대 코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파인, 비치, 오시아노코스로 총 27홀로 구성돼 있습니다. 독특한 코스 디자인으로 유명한 게리로저베이드와 15개국 이상의 골프코스와 조형디자인을 담당한 데이비드 데일이 만든 해남 리아스식 골프장으로도 유명합니다.

파인비치CC는 그린 주변 벙커가 많습니다. /박시진 기자파인비치CC는 그린 주변 벙커가 많습니다. /박시진 기자


땅끝 마을 해남까지 간 만큼 2박 3일 플레이를 하며 모든 코스를 다 돌았습니다. 코스별로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파인 코스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거대한 호수를 끼고 도는 코스로 후반부 3개 홀이 바다와 인접해 있습니다. 먼저 파인 코스를 돌았습니다. 파인 코스는 특히 그린 주변에 벙커가 많았습니다. 파(Par)3 홀로 아일랜드 그린인 3번 홀을 지나자 핸디캡 2번 홀인 4번 홀이 등장했습니다. 좌측 OB에 우측 해저드였죠. 이어 5번 홀은 핸디캡 1번 홀의 파4 홀이 등장했습니다. 좌측에 큰 호수에 파4치고는 거리도 길었습니다.


아뿔싸. 쨍하던 날씨가 돌연 구름이 끼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꿋꿋이 치는 게 골퍼의 운명 아닐까요. 홀 아웃이란 남의 얘기죠. 3개 홀을 연이어 힘들게 보낸 뒤 맞이한 후반 홀은 평탄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느낄 수 있듯 무난하고 예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물론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은 풍경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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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8번 홀을 치는 도중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박시진 기자파인 8번 홀을 치는 도중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박시진 기자


파인코스 9번홀 티샷 옆쪽으로는 천사섬 전망대가 등장했습니다. 바다 옆을 아우를 수 있는 전망대인 셈이죠.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경치를 봐야겠다는 생각에 바다를 둘러보니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 까 라는 생각을 뒤로한 채 티샷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비바람이 연신 온몸을 때렸고, 결국 연습 스윙 없이 샷을 바로 쳐서 최대한 신속하게 플레이를 끝내느라 경치를 볼 새가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파인9번홀 티샷 옆쪽으로는 천사섬 전망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은 비바람으로 가시거리가 짧았습니다. /박시진 기자파인9번홀 티샷 옆쪽으로는 천사섬 전망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날은 비바람으로 가시거리가 짧았습니다. /박시진 기자


비치 코스는 대부분 언듈레이션이 심하고 재밌는 코스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해안의 굴곡을 따라 배치된 씨 사이드(sea-side) 링크스 코스로 바다와 인접한 홀이 총 6개 있습니다. 첫 홀은 블라인드 홀이었고, 대부분 내리막 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눈에 띄는 바다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비치 6번 홀은 국내 골프장 중 가장 아름다운 파3 홀로 선정돼 포토존인 의자가 있습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인증샷을 몇십 장은 찍었을 텐데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기암절벽이 매우 아름다운 홀로 그리 길지 않은 홀이었습니다. 이어 7번 홀은 핸디캡 1번 홀로 해안 절벽을 끼고 조성된 페어웨이로 구성돼 있습니다. 마지막 홀인 9번 홀은 우측으로 길게 해안을 끼고 있어 석양이 지는 것을 만끽할 수 있는 홀입니다.

오시아노 1번 코스부터 물 해저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시진 기자오시아노 1번 코스부터 물 해저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시진 기자


마지막 코스인 오시아노는 해양을 의미하는 이태리어로 해남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바다를 연상하게 하고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에서 공수해 온 열대 야자수 등의 조경으로 된 점이 이국적입니다. 전반적으로 홀마다 호수와 함께 구성돼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번 홀부터 좌측에 넓은 호수가 눈에 띄었습니다. 2번 홀 역시 오른쪽으로 긴 호수를 끼며 좌 도그렉 홀이 나타났습니다. 오시아노 코스는 전반적으로 해저드가 많아 코스 공략이 중요할 듯합니다. 롱 홀들이 많아 거리가 많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샷을 생각해 공을 보내야 합니다.

오시아노코스는 곳곳에 헤저드가 많았습니다. /박시진 기자오시아노코스는 곳곳에 헤저드가 많았습니다. /박시진 기자


해남 파인비치는 12월 평균 기온이 4도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겨울에 골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데요, 남해의 특성상 초봄보다 바람의 영향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갈 경우 양재 시민의 숲에서 셔틀버스 운행도 한다고 하니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뒤 날씨 좋은 날 한 번 더 방문해 보고 싶은 골프장이었습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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