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900선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식품·의류·유통주들은 증권가의 기대치를 훨씬 밑돌며 소외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세가 누그러들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소비재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율(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차이를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 가장 큰 종목은 하이트진로(000080)로 64%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하이트진로의 적적주가는 5만 2,235원이지만 지난 30일 기준 종가는 3만 1,850원에 불과했다. 하이트진로의 뒤를 이어 LF(093050)(63.27%), 빅히트(352820)(60.83%), 더블유게임즈(192080)(55.81%), LG유플러스(032640)(52.97%), 현대리바트(079430)(52.56%) 순으로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율이 높았다.
목표주가는 증권사들이 대개 해당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자산가치(PBR) 등을 고려해 책정한다. 수급이나 투자자들의 센티멘털 등은 배제하고 기업의 실제 가치를 고려할 때 1년이라는 기간 안에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오를 수 있을지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목표주가는 전망치인 만큼 실제 주가 움직임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기업의 주가보다 목표치가 많이 높다면 예상되는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근거로 삼을 수는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 괴리율이 높은 기업들은 대부분 식품·유통·의류 등 소비재 관련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괴리율 상위 30개 기업 중 식품업종이 7개였으며 의류 3곳, 유통기업도 3곳 등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소비재 주들 이외에는 보험(3곳), 게임(3곳), 통신(3곳) 등이었다.
이는 소비재업종은 지난달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었음에도 반등세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유통관련 기업 24곳의 주가는 0.8% 오르는 데 그쳤고 식품 등 필수소비재 기업 53곳의 주가는 평균 1.3% 올랐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8.8%)에 크게 미치지 못한 셈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 움직임과는 달리 올해는 코로나 19 백신 접종과 이에 따른 경제 활동 재개 및 실적 개선 기대, 상대적으로 싼 주식을 많이 찾는 연초 증시의 특성이 이들 소비재업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경우 2020년 4·4분기는 다소 아쉬운 실적이 예상되지만 코로나 19 백신 접종 이후 억눌려왔던 유흥 수요가 가파르게 회복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