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정치권을 요동치게 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함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가급적 사면과 관련된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검찰총장 탄핵,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더더욱 국민 상식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국민께서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들로 정치권에서만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공학적이고, 인위적 방법론이 아닌 국민에 도움 되는 유능함만으로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최고위원의 모두 발언이 있었지만 정작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누구도 사면론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 회의 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면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어제 최고위 간담회에서 입장을 냈지 않냐”며 “그 부분에 대한 의원들과 당원들 간에 공유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이 파문을 일으키자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었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면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지만 상당수 최고 위원이 “사면 제안의 시기와 과정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간담회 후 “이 문제는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당 지도부가 봉합에 나섰지만 쉽사리 사면론에 파장이 가라앉지는 않고 있다. 이 대표 사면 제안 이후 여권 지지자들과 일부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공개적으로 사면 반대 입장을 밝힌 의원만 10명이 넘었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했고, 안민석 의원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전두환, 노태우 사면하고 11년 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다”며 “친일과 독재의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권리당원들 역시 “이낙연 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거나 “우리가 왜 촛불을 들었느냐” “이낙연 지지 철회한다”는 비판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