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이끄는 태양광·풍력 관련 업체 수와 전체 고용이 3년째 연속 뒷걸음질치며 ‘구조조정 혹한’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말 확정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민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성장 정체에 빠진 모양새다.
4일 한국에너지공단 ‘2019년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태양광 업체 수는 지난 2018년 102개에서 2019년 97개로 줄었다. 2017년 118개를 기록한 뒤 연이어 감소한 것이다. 고용 인원 역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7,909명→7,732명→7,567명으로 감소세를 나타냈고, 매출은 같은 기간 5조 4,423억 원, 5조 1,349억 원, 5조 138억 원으로 연이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연간 태양광 산업에 이뤄진 투자는 2017년 7,594억 원에서 1년 만인 2018년 1,087억 원으로 86%나 급감했고, 이듬해인 2019년 2,000억 원대로 소폭 회복하는 데 그쳤다. 다만 글로벌 태양광 설치 수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오는 2022년 200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난해 태양광 업황은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설치량 증가가 국내 민간 업체들의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풍력 업체 역시 2017년 26개에서 2018년 22개, 2019년 18개로 점점 줄었으며 풍력 업체 고용 인원도 같은 기간 1,778명→1,580명→1,545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풍력 업체가 올린 매출은 2017년 7,307억 원을 기록한 후 2018년 6,950억 원, 2019년 6,496억 원으로 연속 감소했다. 연간 풍력 산업 투자액도 2017년 223억 원에서 2019년 113억 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거래액을 합산하면 태양광 매출은 2018~2019년 사이 증가하고, 풍력은 3년 연속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원자력과 석탄 발전 등 기저 전원을 대체할 에너지로 만들겠다며 보급 ‘속도전’에 나섰다. 산업부가 지난해 12월 28일 확정한 9차 전력계획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2034년 77.8GW로 올해보다 네 배가량 늘어난다. 그러나 막상 태양광·풍력 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19년 기준 국내 태양광 업체 가운데 20~30%가 모듈 제조사로, 모듈 제조사는 전체 고용(57.4%)과 매출(71%)에서도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세계 모듈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이 세계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한 ‘레드 오션’이다. 이에 따른 국산 태양광 모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8.4%에서 지난해 상반기 67.4%로 감소했다. 국산 점유율이 하락한 자리를 저가 중국산 모듈이 메우는 것이다.
태양광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잉곳, 모듈에 쓰이는 웨이퍼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8년 이후 국내 생산 업체가 사라지면서 국산 잉곳, 웨이퍼 생산은 명맥이 끊겼고 대·중견기업인 한화솔루션과 OCI는 지난해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풍력 역시 핵심 부품인 날개(브레이드)는 100% 수입산이다.
신재생에너지 계통 안정화의 핵심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지난해 위기 상황을 맞았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2,373개 ESS 사업장 가운데 436곳(18.4%)이 가동 중단 상태다. 용도별로 보면 태양광 28곳(23.1㎿h), 풍력 2곳(1.5㎿h)으로 총 30곳(24.6㎿h)이 문을 닫았고 피크저감 373곳(406.6㎿h), 비상발전등 33곳(131.1㎿h) 등 406곳(537.7㎿h)이 폐쇄됐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태양광 연구개발(R&D) 혁신전략 등을 마련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