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으로 악명높은 미국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자신이 보유한 건강보조식품 업체 허벌라이프 지분 약 16% 중 10%를 6억 달러에 매각했다. 이로써 아이칸은 허벌라이프 투자로 최소 10억 달러 이상을 벌게 됐고 투자업계의 앙숙인 윌리엄 애크먼과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굳히게 됐다.
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아이칸이 허벌라이프 지분 약 10%를 허벌라이프에 팔고 13개 이사회 의석 중 5석을 포기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매각으로 아이칸의 허벌라이프 지분은 약 6%(4억 달러) 정도만 남게 된다.
아이칸은 지난 2013년부터 허벌라이프의 주요 주주였다. 앙숙인 애크먼이 허벌라이프의 다단계 판매 방식에 대한 당국의 수사를 요구하고 공매도를 해 주가가 폭락하자 아이칸이 기회를 포착해 주식을 싼 값에 사들였다. 이후 아이칸은 허벌라이프의 판매 방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업 모델”이라며 주가 띄우기에 나서는 동시에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그 결과 애크먼은 2018년 10억 달러를 손해보고 허벌라이프 투자에서 손을 뗐고 아이칸은 1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WSJ에 따르면 현재 허벌라이프의 기업 가치는 63억 달러다. 지난해에는 주가 변동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10년 간 주가가 몇 배 상승했다고 WSJ는 전했다. 허벌라이프는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20% 증가한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견디고 있다.
이번 거래는 허벌라이프가 아이칸에게 주식을 사겠다고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아이칸은 행동주의 관점에서 이 회사에 더 이상 요구할 게 없다고 판단해 제안에 동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아이칸은 2018년에도 5억5,000만달러 어치 허벌라이프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아이칸은 “오래된 아이칸의 룰이 있다. 15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고 판단되면 조금 판다”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