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로터리] 우리는 적정 규모 주택에 살고 있나

천현숙 SH도시연구원장




최근 대통령의 모 행복주택 단지 방문과 관련해 공공 임대주택 면적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이 44㎡(13평) 집에 4인 가구가 살 수 있다고 발언한 것처럼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적정한 규모의 주택에 살고 있나”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우리는 적정 주거 면적을 소비하고 있는지, 너무 좁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의 1인당 주거 면적은 지난 2006년 26.2㎡에서 2019년 32.9㎡로 25% 증가했다. 영국 40.9㎡, 미국 65㎡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좁다. 심지어 가까운 일본조차 40.2㎡로 우리보다 넓은 주거 공간을 향유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의 의미는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홈 트레이닝, 홈 카페, 재택근무 등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올인빌’ ‘올인홈’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더 넓은 집에 대한 니즈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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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면적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최저주거기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 주거 조건’을 제도화한 것. 예컨대 4인 가족은 43㎡에 방 3개를, 3인 가족은 36㎡에 방 2개를 최저 기준으로 규정하는 식이다. 2004년 도입돼 2011년 한 차례 개정됐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주거 면적이 68㎡이고 소득 하위 20% 가구의 사용 면적도 54.6㎡인 것을 감안하면 최저주거기준의 면적 자체가 너무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2019년 현재 최저주거기준 면적 미달인 가구는 106만 가구(5.3%)에 이르고 있고 미달률은 2014년 5.4%에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기준 미달로 좁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큰 변화와 성장을 경험했다. 2011년 시간당 4,320원이던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2011년 5억 449만 원에서 2020년 9억 2,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2만 5,255달러에서 3만 2,115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최저주거기준은 달라진 게 없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는 일본은 1973년 최저주거기준을 도입했고 1981년에 유도주거기준을 추가로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주거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한 주거기본법이 제정되고 유도주거기준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나 유도주거기준은 도입되지 않았고 최저주거기준도 개선되지 않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인 시절에 이미 유도주거기준을 도입한 일본과 비교된다. 미국이나 유럽은 ‘하우징 코드’를 통해 기준 미달 가구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주택의 적정한 가격과 부담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적정한 면적을 소비할 권리도 주거권의 하나로 보장돼야 한다. 공공 임대주택은 좁아도 된다는 편견은 이제 버려도 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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