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親文 심기 건든 이낙연, 파고드는 이재명...수싸움 본격화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에 들끓는 정치권

이낙연, 지도부 긴급 진화에도

"文 생각 짐작" 사면론 안거둬

이재명은 "기득권 카르텔 개혁"

선명성 내세워 '친문'에 어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꺼내 든 뒤 정치권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채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 정부도 무너진다”며 ‘기득권 카르텔’을 정조준했다. 이 대표의 사면론은 민주당 지지 세력의 핵심인 ‘친문’ 진영을 탈피해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지사는 선명성을 내세워 흔들리는 친문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보궐선거와 9월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둔 ‘양 이(李)’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정치권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여전히 출렁였다. 전날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통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두 전직 대통령)의 반성이 중요하다”며 이 대표가 제기한 사면론에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지도부는 말을 아끼며 사태 추이에 예의 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최고위원 회의 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사면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어제) 최고위 간담회에서 밝힌 입장을 의원들과 당원들 간에 공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양향자 최고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국민께서 동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가능한 일들로, 정치권에서만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사면을 반대하기도 찬성하기도 어려운 야권의 분열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시점을 잘 못 맞춰 폭탄이 내부에서 터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격앙된 민주당 당원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강성 지지자들은 친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 ‘이낙연 지지를 철회한다’ 등 성토를 이어갔다. 이·박 전 대통령 사면에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 서명자도 이날 오후 기준 6만 명을 넘어섰다.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주장하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대표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와의 교감은 없었다”면서도 “국무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 있는지 짐작해온 편”이라고 말하며 묘한 여운을 남겨 강성 지지층을 더욱 자극했다.



이 지사는 이 대표의 사면론과 달리 선명성을 부각하며 친문 표심을 다잡는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 이 지사는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지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사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사실상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당내 친문 세력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친문 세력을 끌어안겠다는 포석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지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3월 대선 당시 ‘선(先) 청산, 후(後) 통합의 원칙’을 내세워 “적폐 청산을 위해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 불가 방침을 공동 천명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구속 때도 이 지사는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여야 정치권 모두에 주어진 초당적 의무”라며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이처럼 그동안의 사면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대통령 뜻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자신만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며 친문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또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소감을 언급하며 “촛불은 비단 박근혜 탄핵만을 위해 켜지지 않았다. 불의한 정치권력은 물론 우리 사회 강고한 기득권의 벽을 모두 무너뜨리라는 명령이었다”면서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은 물론 재벌, 언론, 금융, 관료 권력을 개혁하는 것으로 지체 없이 나아가야 하는 이유”라며 사면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송종호·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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