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과잉 유동성 리스크, 정밀한 연착륙 대책 세워야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돈 풀기에 나선 가운데 연초부터 과잉 유동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미경제학회 연례 총회 둘째 날인 4일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 총재는 “코로나19로 당국은 대출을 해줬고 기업은 차입을 많이 했다”며 “지원은 어느 시점에 끝날 수밖에 없으며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의 파산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빈 킹 전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높다”며 금융 위기 가능성을 예고했다.


커지는 금융 리스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실물·금융 간 괴리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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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시장을 보면 부채 폭탄이 터지기 직전이다. 동학개미는 올 들어서도 연이틀 순매수를 기록하며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고 있고 무주택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주택 매수로 전국 주택 가격을 9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려놓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그만 충격이라도 시장을 흔들고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 민간 부채의 다른 축인 기업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의 정책 자금이 풀리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이 양산됐다. 이렇게 해서 늘어난 가계·기업 부채가 총 4,00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공공 부문(D3) 부채까지 더하면 3대 경제 주체의 총부채는 5,000조 원을 초과한다.

언제까지 남의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민간 부채를 조심스럽게 다뤄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가계 대출이 자산 시장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고 기업 대출 자금이 좀비 기업에 가지 않도록 구조 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 채무 역시 지출 수요가 있다고 해서 마구 늘릴 것이 아니라 재정 건전성을 살펴가며 세심히 관리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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