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전세대책 실망…공실매입임대, 물량 쥐꼬리 승강기 없는곳도

SH, 957가구 입주자 모집 공고

"5,000가구 공급" 공언과 거리

승강기 사용 가구 8.46% 그쳐

희망자들 "거주 여건 등에 실망"

지난해 11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지난해 11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0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거의 대부분의 집들이 4~5층인데 엘리베이터 무(無), 무, 무, 무네요. 혼자 산다면야 어떻게든 걸어 다니겠지만 부모님은….” (공공 임대 입주 희망자 A 씨)

정부가 전세난 해소 대책으로 내놓은 ‘공실 매입 임대’가 물량과 거주 여건 등에서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서울에서 5,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온 것은 1,000가구에 못 미친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집들은 엘리베이터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6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30일 총 957가구 규모의 ‘기존 주택 매입 임대 장기 미임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다. ‘11·19 전세 대책’을 통해 공급 계획이 공개된 ‘공실 매입 임대’의 서울 지역 첫 입주자 모집이다. 이번 모집 공고에서는 기존 매입 임대주택 중 6개월 이상 공실이 유지된 957가구를 대상으로 다가구 가형(465가구), 나형(80가구), 원룸(412가구)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정부가 공언한 공급 물량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5,000가구(전국 3만 9,000가구)의 공실 공공 임대에 대해 입주자를 조속히 모집할 방침”이라고 했다. 실제로는 5분의 1도 안 되는 물량만 나온 셈이다. SH의 한 관계자는 “공실 공공 임대로는 이번이 첫 모집이고,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추가 물량에 대한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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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뿐 아니라 공급되는 주택의 거주 여건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SH는 이번에 모집 공고를 낸 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입주 희망자들의 요청에 따라 엘리베이터 이용 가능 유무를 추가로 고지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957가구 중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가구는 81가구(8.46%)에 불과하다. 전체 물량 중 4~5층 주택이 절반 가까운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안한 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SH 관계자는 “건축법에 따라 승강기 설치 의무가 없는 빌라의 경우 강제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며 “엘리베이터 관련 내용은 공고문을 통해 표시하고 안내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1~2인 가구가 지원하는 원룸형의 경우 전체 412가구 중 엘리베이터를 쓸 수 있는 가구는 14가구(3.40%)에 불과하다. 자녀 혹은 부모와 함께 거주할 가능성이 높은 다가구 나형(3인 이상 가구 대상)의 경우 33.75%로 비교적 높지만 여전히 전체의 3분의 2는 계단으로 건물을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역세권’ 기준인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500m 이내에 위치한 곳도 50~60곳 수준에 그치다 보니 공공 임대 입주 희망자 커뮤니티에서는 “생각보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에서 장기간 공실 상태인 공공 임대주택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수요자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주택 공급으로는 시장의 변화를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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