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는 법인세 면제혜택이 있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투자지다. 룩셈부르크 SICAV 펀드는 주로 유럽지역에서 판매되는 역외 공모펀드로 전 세계 투자자금이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다수 외국계 금융기관들을 통해 대략 10조 원 상당의 국내 주식·채권에 투자돼왔다. SICAV 펀드는 한국·룩셈부르크 조세 조약상 이자 또는 배당소득에 대해 경감세율인 10% 또는 15%가 적용된 것도 투자자금이 몰리는 이유가 됐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1년 5월 SICAV 펀드가 한·룩 조세조약 제28조에 따라 조세 조약상 경감세율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후 국세청은 국내 세법상 세율 20%를 적용한 차액 약 1,600억 원을 외국계 금융기관들에 대하여 추징 과세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불복한 은행들이 소송을 내 해당 이슈는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게 됐다.
1심에서 국세청은 SICAV가 ‘지주회사의 과세제도에 관한 1929년 7월 31일 자 법률’에 의한 지주회사로서 한·룩 조세조약 제28조에 따라 조세조약 배제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SICAV의 구조상 조세조약 혜택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SICAV에 대한 거주자성 인정에 반드시 룩셈부르크 과세당국의 거주자 증명서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덧붙여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1심과 항소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은 지난해 1월 SICAV는 한·룩 조세조약 제28조의 적용대상인 지주회사에 해당하지 않고 룩셈부르크 거주자이며 국내원천소득의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므로 SICAV가 수령하는 이자 또는 배당소득에 대하여 한·룩 조세조약에 따라 경감된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은 일방체약국의 세법상 법인격을 갖춘 과세주체로 취급하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과세 면제 경우에도 포괄적 납세의무가 있는 조세 조약상 거주자로 인정돼야 함을 명확히 하고 그 판단 기준을 정립했다.
국내원천소득이 국외펀드에 지급되는 경우 그 소득의 실질귀속자를 국외펀드 또는 그 투자자 중 누구로 보아 어느 단계에서 조세조약을 적용할지에 대하서도 논란은 제기돼 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외 공모펀드인 SICAV에 대해 조세 조약상 거주자로 인정돼야 함을 명확히 하고 지급 받은 국내원천소득의 수익적 소유자 지위가 인정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전 세계 역외 공모펀드 투자의 안전성을 공고히 해 주었다는 데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