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업인-IT·경제전문가 대대적 수혈...양극화 해소 등 '실사구시' 정치 실현을

[신년기획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중> 혐오를 넘어 참여로-586세대 대체할 세력은

물리학자 출신 메르켈 총리

팬데믹·경제문제 진두지휘

21대 국회 IT·이공계는 5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해

과학 분야 등 전문 인재 필요




산업화 세대에 이어 운동권 세력도 정치적 시효가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세력으로 실사구시의 정치 이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극심해지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만성화된 저성장 기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념이 아닌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력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으로 정책에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사구시 정치 실현을 위해 30·40대 기업인과 정보기술(IT)·과학·경제 전문가 집단이 586세대를 대체할 정치 세력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운동권, 시민 단체 출신이 장악한 국회…전문 인력 부족 현상=21대 국회는 586세대의 편중으로 인한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인문 계열 국회의원이 86%로 압도적으로 많고, 초선 의원 151명 가운데 IT·이공계 출신은 5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비례대표 선거는 금융·IT·과학 분야의 전문 인력을 채우는 등용문이었지만 지난 4·15총선에서 여당은 단 한 명의 이공계 비례 인사도 배출하지 못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천 품앗이로 여당에 친문 성향 정치인만 최소 100명”이라며 “586세대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그 일부가 되면서 전문 인력의 국회 진입 장벽만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쪽으로 쏠린 국회 구성원은 심각한 문제”라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공지능이나 비대면 산업 등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IT·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이 늘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IT·과학·경제 전문가의 ‘실사구시’ 정치=이분법적인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실사구시’의 정치가 이뤄지려면 기업인과 IT·과학·경제 전문가의 충원이 대폭 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치 리더가 ‘과학’을 좇을수록 ‘진영 논리’와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양극화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정치가 국민을 통합해 국가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야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얕은 전문성으로 정책을 결정하면 참모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전문성을 가진 리더는 전문 지식을 중심으로 정책을 평가하고 집행하면서 진영 갈등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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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5주년에도 70%대의 지지율을 자랑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나는 물리학자로서 전문가의 학문적 조언을 듣고, 스스로 먼저 적용하는 훈련이 돼 있다”고 리더십 비결을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는 과학 연구 기관 전문가들과 수시로 논의하면서 과학과 데이터에 의존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예방해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그 결과 지난해 독일의 코로나19 사망자는 5,086명으로 영국(1만 7,337명)과 프랑스(2만 796명)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숫자를 기록했다.

고도의 과학적 지식과 전문 기술을 갖춘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가 리더로 자리 잡은 사회가 경제성장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 교수는 “리더십은 언제든 배울 수 있지만 전문 지식은 젊을 때 쌓는 것”이라며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과 함께 실용과 이성을 중시하는 기술 관료가 대거 등용되면서 주요2개국(G2) 국가로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장쩌민·후진타오 시대에 명문 이과대학 칭화대 출신의 기술 관료들이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다시 등장하는 세대교체론…40대 기수론 등 정치 담론 제기돼=야권에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0대 기수론’을, 김세연 전 의원으로 대표되는 신진 그룹에서는 ‘30대 기수론’을 내걸며 세대교체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 후보의 조건으로 ‘40대 경제 전문가’를 지목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다음 대선에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는 1970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세대가 나라에 중대한 영향을 담당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830세대(1980년대생·30대·00학번)’로의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다만 범야권에서도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세대교체를 물리적 나이에 국한하는 것은 관성적”이라며 “한 세대를 전환할 역량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린·박진용기자 rin@sedaily.com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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