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투데이‘나는 진짜 쓸모없는 사람이다. 남편은 좋은 사람인데, 나는 못된 사람이다. 엄마 역할을 못 한다면 그냥 죽지 살아서 뭐 해. 모두에게 미안하다. 안녕.’
지난해 1월 경남 김해시에서 쪽지를 남긴 채 베트남 인 A(26·여)씨는 생후 13일 된 자신의 아이를 품고 8층 높이의 아파트 자택에서 뛰어내렸다.
이 사고로 아이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19년 12월 말 아이를 출산하고 줄곧 산후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출산 전후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홀로 육아를 담당하여야 하는 환경적 요인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여기에 더해 육아 문제로 인한 주변인과의 갈등까지 겹치자 A씨가 자신의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해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봤다.
A씨는 범행 당일에도 ‘아기를 죽이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병원은 당시 A씨가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위험이 있다고 봤으나 외국인이라 통역인이 없어 입원 치료의 효과가 낮고 판단해 A씨를 입원시키지는 않았다. 대신 항우울제 성분의 약물을 처방하고 남편에게 A씨를 잘 돌봐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A씨에게 살인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그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중대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손으로 어린 딸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은 지금까지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피고인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