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美진출 앞둔 ‘메이저 퀸’ 김아림 “친해지고 싶은 외국 선수요? 우선 코스랑 친해져야죠”[도전 2021]

'US오픈 첫 출전 우승' 후광 달고

올 정식멤버로 LPGA 투어 나서

하루 12시간 이상 독한 연습 화제

"최고의 칭찬은 자랑스럽다는 말

신인상 라이벌 노예림 응원해요"

김아림. /사진 제공=KLPGA김아림. /사진 제공=KLPGA



김아림(26)은 국내 대회에 나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배들을 볼 때 아이돌 가수를 만난 팬처럼 벌어지는 입을 수줍게 가리고는 했다. 그랬던 김아림이 어엿한 LPGA 투어 멤버로 공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US 여자오픈 첫 출전에 우승’이라는 후광과 함께다. 김아림은 지난달 우승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최고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에서 5타 차 역전 우승에 성공하면서 역사에 남을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이 대회 첫 출전 만에 우승한 기록은 역대 다섯 번째. 당시 세계 랭킹 94위였던 김아림은 해외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 출전 자체가 처음이었다. 금의환향 후 잠깐 고민의 시간을 가진 끝에 2021 시즌 미국 무대 진출을 결정한 그는 현재 공식 데뷔전으로 삼을 대회를 저울질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서면 인터뷰에 응한 김아림은 “원래 LPGA 투어 도전을 구체적으로 언제쯤 해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 투어에서 잘하면 LPGA 메이저 대회 출전권이 나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US 여자오픈 제패 후 받았던 칭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가족이나 트레이너 선생님, 코치님 등 주변 분들한테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좋았고 정말 감동이었다”고 답했다.

김아림은 코치도 혀를 내두르는 연습 벌레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 부진이 계속되자 휴식기에도 하루 12시간 넘게 연습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독한 연습을 이겨내는 원동력을 물었더니 김아림은 “독하게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저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구하고 코치님이랑 의논하고 그걸로 연습도 해보고 또 피드백한 건데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갔다”며 “하루가 다 가버려서 마치지 못한 부분은 다음날 또 하고… 그렇게 반복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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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은 “아마 저보다 코치님이 힘드셨을 것”이라며 “과장을 보태면 귀에서 피가 나올 만큼 제 얘기를 다 들어주셨다. 나중에는 코치님 눈이 다 풀리실 정도였다. 코치님께 정말 죄송하면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US 여자오픈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는 김아림. /출처=USGAUS 여자오픈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는 김아림. /출처=USGA


국내 투어 3년 연속 드라이버 샷 거리 1위의 김아림은 마음먹으면 300야드도 너끈히 보내는 차원 다른 장타자다. 하지만 코스가 길고 그린 난도까지 높기로 악명이 자자한 US 여자오픈 대회장에서 장타만큼 빛난 것은 퍼트였다. 마지막 날 16~18번 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나흘간 버디 16개로 최다 버디를 기록한 데는 퍼트의 힘이 컸다. 퍼트 연습을 얼마나 했느냐는 질문에 김아림은 “연습량을 꼭 정해놓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연습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서 그저 푹 빠져서 한다”며 이번에도 ‘몰입의 즐거움’을 얘기했다.

미국에 가서 가장 친해지고 싶은 외국 선수가 누구냐는 물음에는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우선 코스와 친해지고 싶다. 변화된 환경에 친숙해지기를 바란다”는 말로 투어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LPGA 투어는 대회장 간 이동 시간이 국내 투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3라운드짜리 대회도 많은 국내와 달리 대부분이 나흘짜리 대회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김아림이 나름 자신 있는 체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 안간힘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인상 라이벌인 지난해 발런티어스 아메리카 클래식 준우승자 재미 동포 노예림에 대해서는 “같은 조로 경기한 적도 있는데 좋은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 저도 응원하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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