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부작용에도...정부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현행 유지

공운위 "일부직군 예외 적용 필요"

불필요한 비용 발생 등 문제 제기

기재부 두달간 검토 후 유지 방침

적용 초창기인데다 예외 어렵다는 입장

채용 확대 계획 속 불만 더 커질 듯

김용범 "직접일자리 104만명 채용"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중국인을 채용하며 부작용이 드러났던 ‘공공 기관 블라인드’ 채용이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도 현행대로 유지된다. 부작용을 고려해 공공 기관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변경할 경우 민간 기업 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공정성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개최된 당시 회의 참석 위원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며 기획재정부 측에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 지원서에 출신 지역, 학력, 신체 조건, 사진 등을 기재할 수 없도록 한 선발 방식이다. 공운위 참석 위원들은 “일부 직급 예외 적용 등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운위는 ‘공공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기업이나 준정부 기관의 경영 지침 등의 사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담당한다

당시 참석한 한 공운위 위원은 “블라인드 제도의 실효성 등을 공공 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중장기적으로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며 “블라인드 채용이 공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나 지식 생태계 발전에 대한 대학의 역할 등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장기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간호직 채용의 경우 업무 특수성으로 (채용 관련) 실무적 부담이 크고 단기 채용에도 공정 채용 규정을 준수해야 해 채용 비용이 과하다”며 “공정성을 유지하면서 실무적 예외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블라인드 채용 제도 개편 시 특수 직군뿐 아니라 일부 직급에도 적용을 예외해주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 블라인드 채용은 ‘고학력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와 면접관의 전문성 부족 관련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국가 보안 시설인 원자력연구원에 근무할 직원으로 중국 국적자를 뽑았다가 취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회의에 참석한 기재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공공 기관들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인사처 등 관계 부처와 (개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는 기재부에서 안일환 2차관을 비롯해 공공정책국 직원들이 참석했다.


다만 기재부는 지난 두 달여 동안의 내부 검토 끝에 공공 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된 지 3년 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제도가 정착되는 단계라는 이유에서다. 또 일부 공공 기관에 예외를 적용할 경우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채용 권고 시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블라인드 채용 주무 부처가 고용노동부인 만큼 기재부 차원에서 개선안을 내놓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일부 변경할 경우 채용 공정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공운위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블라인드 채용 방식 일부 변경 방안 등은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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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이 같은 결정으로 올해 채용 규모를 늘려야 하는 일부 공공 기관들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 관련 불만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책 점검 회의에서 “ 올해 직접 일자리 사업에서 전년 대비 10% 이상 늘린 104만 2,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중 80만 명 이상을 올 3월 내에 채용해 연초부터 고용 문제 해결에 고삐를 죄겠다는 방침이다. 이어 김 차관은 “구직이 장기화된 청년층이 좌절하지 않고 취업이라는 사회의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공공 기관 신규 채용도 지난해보다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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