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이 당분간 정치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벌인 의회 난입 사태가 산업계의 정치인에 대한 후원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JP모건은 앞으로 최소 6개월간 공화당과 민주당원을 위한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JP모건의 사회적 활동을 총괄하는 피터 셰어는 “미국은 전례 없는 보건·경제·정치적 위기에 직면해있다”며 “지금은 가장 절실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 후원은 나중에도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성명을 통해 말했다.
씨티그룹 역시 1·4분기 동안 자체 정치활동위원회(PAC)를 통한 모든 기부를 중단한다고 지난 8일 직원들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그룹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통해 미국이 더 단합되기를 희망하며 1·4분기까지 정치 후원을 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체 정치활동위원회(PAC)는 직원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아 매 선거마다 특정 후보자에게 최대 5,000달러(약 548만 원)를, 전국 당 위원회에는 매년 최대 1만 5,000달러를 기부할 수 있다. 이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이 후보자에게 자금을 직접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지난 11·3 대선 결과의 최종 인증을 방해한 공화당원을 향한 지원 중단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36개 독립 보험사 연합체인 블루크로스블루쉴드 협회(BCBSA)는 의회 난입 사태 직후 표결에서 주별 선거인단 결과에 반대한 의원들에 대한 기부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CBSA CEO 킴 케크는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히며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적 차이, 당파성은 정치의 일부이지만, 정치 시스템을 약화하고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대 호텔 체인 중 하나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도 조 대통령 당선인 승리 인증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기부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 의회는 지난 6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귀결된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최종 인증하기 위해 상원과 하원 합동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회의 1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가 발생해 회의가 중단됐다. 이후 속개된 회의에서 애리조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두고는 공화당 상원의원 6명과 하원의원 121명이,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공화당 상·하원에서 각각 7명, 13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