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단지를 품고 있는 인천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일대가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출단지 주변 도로 곳곳은 이미 중고차들이 점령한 가운데 인근 상권과 주거지역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다.
주민들과 상인들은 무분별하게 들어선 중고차들이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옥련동 한 아파트 맞은편 도로에서는 번호판 없는 차량을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불법 주차된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중고차 수출량이 감소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1∼10월 인천항을 통해 이뤄진 중고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감소한 27만3,000여대를 기록했다.
인천항의 중고차 최대 수출지역인 중동 국가 내 은행과 공공기관이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정상적인 선박 운항이 어려워졌다.
한때 국내외를 오가는 항공편이 축소되고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수칙이 강화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도 했다.
이미 포화 상태였던 중고차 단지에는 수출이 막힌 물량들이 가득 쌓였고 그 일대를 중심으로 차량 불법 보관은 더욱 횡행했다.
인천시 연수구에 따르면 2019년 단속에 적발된 무단 방치 차량은 772대를 기록했으나 2020년 1,656대로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현행법상 불법 방치 차량은 단속 이후 두 달 뒤 강제 견인이 가능하고 즉시 견인 구역이더라도 15일이 지나야 한다.
일부 중고차 수출업체 측은 이 기간에 맞춰 차량을 옮기면서 견인 조치를 피하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 수출단지가 조성돼 있지만, 불법 방치 차량에 대한 단속 인력은 단 1명 뿐인 상황”이라며 “담당 인원 충원을 통해 단속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몇몇 중고차업체는 주차 공간이 여유로운 대형 주차장과 계약을 맺어 중고차를 보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일반 차량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인식과 함께 화재의 위험성이 있고, 주차장 주변으로 운반용 화물트럭의 불법 주차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유 등으로 주민들의 거부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로 분류되는 수출용 중고차를 일반 주차장에 보관하는 것은 용도상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한 중고차업체가 인천 SK행복드림구장(문학경기장) 내 지하 주차장에 위탁 계약을 맺고 중고차를 보관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중고차업체들은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등에 마땅한 임시 부지를 확보해달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박영화 사단법인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회장은 “조합 차원에서 불법 주차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인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보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점 휴업 상태인 인천항 크루즈 터미널 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인천항만공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에는 현재 연수구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 약 1,000여개 중고차 수출업체가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는 매년 국내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 80% 이상의 중고차를 인천항을 통해 리비아·도미니카공화국·요르단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인천=장현일 기자 hich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