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등하자 증권사들의 목표 주가 하향 보고서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업 실적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말부터 개별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목표 주가를 전망하는 데 적용하는 멀티플(배수)도 함께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발간한 종목 보고서 중 목표 주가를 상향한 기업 대비 하향한 기업의 비중이 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달 발간된 종목 보고서는 442건이며 이 중 목표 주가가 유지된 보고서는 198건, 변경된 보고서는 215건이었다. 변경된 보고서 중 202건이 목표 주가를 상향했으며 13건만이 하향됐다.
상향 보고서 대비 하향 보고서 비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면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3월 1,401%까지 급증했다. 당시 목표 주가를 올린 보고서는 67개에 불과했고 내린 종목은 939개로 14배 많았다. 4월 330%, 5월 61% 하락한 후 지난해 11월까지는 10~20%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백신 개발 소식이 들려오면서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이 비중은 4.7%대까지 뚝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증시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하향 보고서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데다 목표 주가를 산정하는 데 적용하는 동종 업계의 주가수익비율(PER) 등 멀티플도 주가 급등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8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최근 올해 기업들의 순이익 컨센서스가 6개월 동안 5.7%가량 증가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증권사가 제시했던 코스피지수 전망치도 색이 바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올해 코스피지수 밴드 상단을 3,200~3,300으로 제시했는데 이날 코스피지수가 장 중 3,266.23까지 오르면서 일부 증권사의 전망치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실제로 3,200을 전망한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며 JP모건 역시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3,200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 장세가 진행돼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면서 이를 전망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투자자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상승 추세가 계속될지, 숨 고르기에 돌입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