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안과 이현수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호정 박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생체소재 분야의 국제학술지 ‘바이오 물질 회보’(Acta Biomaterialia, 영향력지수 7.242)에 발표했다.
후발백내장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 후 잘 보이던 시야가 남아 있던 일부 수정체 세포 증식과 섬유화로 시야가 다시 흐릿해지는 증상. 수정체 낭(주머니) 뒷부분인 후낭이 혼탁해져 ‘후낭 혼탁’이라고도 한다. 백내장 수술 환자의 20~30%에서 발생하며 나이가 젊을수록 세포 활성도가 높아 빈도가 증가한다. 시력저하가 심한 경우 레이저로 후낭절제술을 시행한다.
연구팀은 수정체 세포가 후낭으로 이동하는 것을 억제하면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펨토초(Femtosecond·1,000조분의1초) 레이저’로 인공수정체의 가장자리에 다양한 디자인으로 미세하게 홈을 판 ‘레이저 나노패터닝’ 인공수정체를 만들었다. 인공수정체에 5~40마이크로미터(㎛), 즉 0.005~0.04㎜ 간격으로 요철(凹凸) 구조가 이어지도록 여러 개의 홈을 판 뒤 동물실험 등을 통해 후낭 혼탁(후발백내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했다. 펨토초 레이저는 빛의 파장이 매우 짧기 때문에 매우 작은 세포까지 수술할 수 있어 각막이식, 라식수술에 사용된다.
연구 결과 수정체 세포는 홈이 파인 방향으로 증식·이동하고 후낭 혼탁을 초래하는 수직 방향, 즉 인공수정체 중심부 쪽으로의 증식·이동은 상당히 억제됐다. 동물실험에서 미세 홈을 판 인공수정체로 수술한 토끼는 8주 뒤 잔여 수정체 세포가 자라난 면적과 혼탁 심각도가 일반 인공수정체 수술을 한 토끼의 50%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사람은 토끼에 비해 세포 재생·증식 속도가 늦고 잔여 수정체 세포는 암세포가 아니어서 무한증식하지 않으므로 증식을 이 정도 늦추면 후발백내장으로 진행되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물실험 등을 진행한 이 교수는 “레이저 나노패터닝 인공수정체로 백내장 수술을 하면 후발백내장을 억제해 수술 후 시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특히 노안 교정을 위한 다초점 인공수정체 같은 프리미엄 인공수정체의 기능을 유지하고 최적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가 지원한 이번 연구과제에는 국내 콘택트렌즈·인공수정체 업체 루시드코리아,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에이티아이(ATI)가 참여했다. 레이저 나노패터닝 인공수정체 개발을 주도한 전 박사는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검증하기까지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외국 기업과도 기술이전(특허 실시권) 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