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 등 하위 법령에 위임해놓았는데 주무 부처도 정하지 못해 관계 부처가 ‘핑퐁 게임’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법안 발의부터 입법까지 워낙 짧은 시간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졸속 입법이 이뤄졌고 관계부처도 포괄적이어서 주무 부처 결정 과정부터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존 법에는 없던 ‘중대시민재해’라는 개념이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처음 도입된 만큼 개념 정의부터 적용 범위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상당 기간 혼선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는 13일 중대재해법의 주무 부처가 어디냐는 질문에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와 관계 부처가 함께 국회에서 논의했으며 앞으로 주무 부처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법무부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법안이 여러 유형의 재해를 담고 있어 여러 부처의 소관 업무가 관련돼 있다”며 “관련된 어느 부처든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주무 부처를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대시민재해’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시민재해의 개념을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 이용 시설 또는 공중 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라고 정의했다. 경영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또 중대시민재해에서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재해는 제외한다’고 해놓고 처벌 대상을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로 규정했다. 과실치사·과실치상 등 일반 사건으로 분류해놓고 처벌 대상은 사실상 산업재해로 본 것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도 못하고 공청회는 한 번밖에 열지 못했다”며 “번갯불에 콩 볶듯이 졸속심사를 하면서 법이 애매하고 거칠어졌다”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기자 방진혁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