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3일 최씨가 국가와 경찰관·검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는 최 씨에게 1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또 최 씨의 어머니에게 2억 5,000만 원, 동생에게는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전체 배상금 중 20%를 최 씨를 강압 수사했던 경찰관 이모 씨와 이후 진범으로 밝혀진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검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받아야 할 배상금이 20억 원이며, 구속 기간에 얻지 못한 수익 1억여 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 씨가 이미 형사보상금으로 8억 4천,000만 원가량을 받기로 결정된 점을 고려해 13억여 원을 배상금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익산경찰서 경찰들이 영장 없이 원고 최 씨를 불법 구금해 폭행하고 범인으로 몰아 자백 진술을 받아냈다”며 “사회적 약자로서 무고한 원고에 대해 아무리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검사는 최초 경찰에서 진범의 자백 진술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는데도 증거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경찰의 불기소 취지 의견서만 믿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이는 검사로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국가가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게 오히려 위법한 불기소 처분을 한 이 사건과 같은 불법행위가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16세였던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 영등동 약촌 오거리 부근에서 당시 40대였던 택시 운전기사 유모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경찰은 최 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김모 씨를 붙잡았지만 물증이 없다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만기 출소한 최 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6년 11월 “피고인이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경찰은 김 씨를 다시 체포했고, 이후 김 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