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업부를 떼 낸 LG화학(051910)이 올해도 회사채 시장을 찾아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투자자들에게 워낙 인기가 많은 채권이라 막대한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다음 달 약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채 차환과 일부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매년 넘치는 투자 수요에 힘입어 증액 발행을 해온 만큼 이번에도 조(兆) 단위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이후 연초에 시장을 찾아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갔다. 회사채 시장이 뜨겁던 2019년에는 수요예측에 무려 2조 6,000억 원이 넘는 매수 주문이 쏟아지면서 단번에 1조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발행한 원화 회사채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배터리 부문뿐만 아니라 장치산업 특성상 설비투자와 유지 보수 자금이 항상 필요하다”며 “특히 올해 경기에 대해 V자 반등 전망이 나오면서 일반적인 설비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52%) △전지(29%) △첨단소재(14%) △생명과학(2%) △기타(2%)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부가합성수지(ABS)·폴리염화비닐(PVC)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 수익성이 좋아졌다. 여기에 전지(배터리) 부문까지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3·4분기 기준 9,0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약 10년 만에 거둔 최대 실적이다.
한편 연초 회사채 시장은 초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는데다 기관투자가들의 대규모 투자 집행이 계획돼 있지만 정작 시장에 나오는 회사채 물량은 적기 때문이다. 앞서 수요예측을 진행한 GS(078930)와 SK텔레콤(017670)·SK이노베이션(096770) 등 기업들도 잇따라 조 단위 뭉칫돈을 끌어모으며 흥행했다. KP물(국내 기업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발행하는 외화채)도 마찬가지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Hyundai Capital America)의 달러 채권이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13일 SK하이닉스도 25억 달러 규모의 수요예측에 123억 달러를 받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글로벌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회복됐는데 국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현금 보유량을 늘려왔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을 줄이고 있다”며 “발행 물량이 줄어들며 수급적으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