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부동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집값 폭등, 전세난’ 등 부동산 파동으로 멀어진 민심을 잡기 위한 ‘묻지 마’식 공급·개발 정책을 내놓는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 태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변북로 위에 공공 임대주택 16만 가구를 짓겠다는 공약에서부터 지하철 2호선 지상철 구간의 지하화 공약에 대해 임기 1년의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표’만 생각한 말 그대로 ‘공약(空約)’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공급 대책을 벌써 두 번이나 제시하며 불리한 선거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 위를 덮어 그 위에 공공 임대주택 16만 가구를 짓겠다는 방안과 함께 35층 층고 제한 해제, 강북권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하고 나섰다. 정부 여당의 공공 주도 공급에 최대한 코드를 맞추면서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는 간극을 벌리며 개발 포인트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후보가 난립한 야당의 경우 더욱 강한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향후 5년간 총 74만 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행정적 지원은 하되 민간이 위주가 되는 주택 공급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안 대표는 ‘주택 공급과 규제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았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기본적인 부동산 공약의 큰 축은 각종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라며 “가로막힌 재건축·재개발이 대대적으로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적률과 층고 제한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뉴타운 사업 활성화로 5년 내 신규 주택 6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지하철 2호선 지상철 구간을 지하화하는 역세권 통합 개발도 제시했다.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주택 80만 가구 공급을 약속했고,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서울교대를 이전시키고 도심에 청년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처럼 앞다퉈 부동산 공약을 내세우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 예측성을 떨어뜨리면서 시장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술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져 폐기됐거나 구체적 근거가 불분명한 공약이 우후죽순 발표되고 있다”며 “1년 임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임기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현실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