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독립 선언’에 정치권이 화답하는 분위기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모두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르면 이달 말 법안이 발의된다. 금융위원회의 해체 및 금감원의 공공 기관 지정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어 금융 당국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르면 이달 말 금융감독원법안 및 정부조직법안을 발의한다. 성 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은 금융위를 해체하고 노무현 정부 때 금융 감독 체계로 돌아가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의 업무 중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금융 감독 기능을 금감원에 이관한다. 금감원 내에는 금융 감독과 금융 소비자 보호 업무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한다. 금감원의 원장과 수석부원장이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겸임하는 구조다. 성 의원 외에 배진교 정의당 의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모두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실에서는 금감원의 금융 소비자 보호 업무를 별도 기관으로 분리·독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에 여당 의원까지 법안을 발의하면서 2월 임시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이 지난해 말 금감원 독립선언을 해온 데 이어 정치권에서 법안까지 발의되는 것이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송년 기자간담회 등에서 여러 차례 금감원의 독립을 주장해왔다. 현 금융 감독 체계는 금융위원회가 금융 산업과 금융 감독 정책 수립을, 금융감독원이 검사·제재 등 감독 집행 기능을 맡는 구조다. 금융위가 금융 산업의 진흥과 감독을 모두 맡으면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금융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윤 원장의 지론이다. 2003년 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이어 최근 사모펀드(PEF) 사태 등이 모두 금융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감독 정책을 압도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이는 결국 금융위의 해체를 의미하는데 금융위는 말은 아끼지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조직의 해체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수준의 잘못이 있어야 나올 법한데 최근 금융위가 그런 잘못을 저지른 게 있느냐”며 “금융위는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금감원의 독립에 대한 논의가 동력을 받을지도 변수다. 통상 부처 개편 논의는 대통령 선거 전후에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다. 윤 원장의 임기도 오는 5월까지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 독립 문제는 금융위와의 관계 설정 외에 금감원을 공공 기관으로 둘지, 민간 독립 기구로 둘지에 대한 논의도 연결돼 있다”며 “정치적 구호에 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