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주민 갈등·임대 기부채납·층고 제한…공급까지는 산 넘어 산

<닻 올린 공공재개발 순항할까>

상가·신축빌라 소유자들 반대 여전

용적률 법적상한 120%로 올리지만

공공임대 물량도 늘어 수익성 논란

전문가 "규제 완화 등 뒷받침돼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 2구역에 공공 재개발 선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형주기자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 2구역에 공공 재개발 선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형주기자



정부가 서울 동작구 흑석 2구역 등 8곳을 공공 재개발 후보지를 선정하자 해당 조합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갈등 등으로 10년 이상 표류했던 만큼 이번에는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는 좋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충고하고 있다.

우선 임대주택 기부 채납과 주민 간 갈등은 여전히 장애 요인이라는 평가다. 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이번에 후보지로 지정된 곳의 상가, 신축 빌라 등 토지 소유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벌써부터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후보지 선정 결과 공공 재개발이 소규모 단지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드러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번에 공개된 사업지를 보면 대부분 200~300가구의 소규모 단지나 부지 규모가 작은 재개발 구역”이라며 “흑석 2구역을 제외하면 정비 사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곳”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공공 재개발이 정비 사업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사업도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조합, “사업성 확대 길은 열렸다”=정부와 서울시는 15일 공공 재개발 첫 시범 사업 후보지로 동작구 흑석 2, 영등포구 양평 13·14, 동대문구 용두 1-6과 신설 1, 관악구 봉천 13, 종로구 신문로 2-12, 강북구 강북 5구역 등 8곳을 선정했다. 지난해 실시한 공모에는 총 70곳이 신청했는데 도시재생지역 등 10곳을 제외하고 정비 계획안이 이미 마련돼 검토·심사가 쉬운 기존 정비구역 12곳을 대상으로 심사해 최종 8곳을 선정했다.


이들 8곳은 모두 역세권에 자리한 기존 정비구역인데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갈등 등으로 사업이 10년 이상 정체됐었다. 영등포구 양평 13구역의 경우 지난 2010년 조합 설립과 사업시행인가를 마쳤는데 미분양 우려 등으로 사업이 멈췄고 이후 주민 갈등이 발생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강북구 강북 5구역 역시 상가 소유주들이 재개발에 반대해 주민 동의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등 사업이 장기간 표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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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해 사업 추진의 장애 요인을 해소하고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허용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도 제외하기로 했다. 또 사업비 총액의 50%와 이주비를 저리 융자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다만 늘어난 용적률에 비례해 공공 임대주택을 20~50% 건립해 기부해야 한다. 이는 용적률 상향분의 최소 50% 이상을 공공 임대로 기부해야 하는 기존 재개발보다는 규제 강도가 낮다. 이와 더불어 투기 세력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정비구역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소유자 반대 여전…아직 ‘산 넘어 산’=이들 지역의 조합원 다수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노후 주거지 등 낙후된 지역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주민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강북 5구역은 노후 주택과 상가가 혼재돼 있는데 상가 소유주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이들은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 가치보다 현재 임대료 수입이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한 상가 보유자는 “그간 상가 소유주들이 반대해 전체 동의율이 30~40%에 그쳤다”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발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해당 구역의 신축 빌라 소유자들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공공 재건축과 비교하면 공공 임대 기부 채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이 역시 걸림돌 중 하나라는 평가다.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나면 사업성도 위축될 수 있고 미래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 상향을 해주는 대가로 공공 임대 기부 채납 조항이 들어가는 것인 만큼 사업성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공공 임대 물량을 늘어난 용적률의 50%까지 적용할 경우에는 반대 의견이 커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도시 규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흑석 2구역은 용적률 상향을 적용받아도 고도 제한 규정으로 인해 용적률 혜택이 반감될 상황이다. 흑석 2구역 조합장은 이와 관련해 “이 일대는 원래 35층 141m로 고시돼 있다”며 “용적률을 높이면 층고 제한도 완화해야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재개발 관련 세부 조건이 확정되지 않아 각종 장애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 교수는 “토지 소유주에 대한 경제적 보상 방안은 잠재된 갈등 요인”이라며 “지지부진했던 주민 동의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방안이 뒷받침돼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용적률 확대로 사업성은 높아졌지만 기부 채납 비율과 토지 소유주 보상 문제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강동효·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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