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2020년 신년 기자회견)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신년 기자회견)
매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의 ‘어록’이 쏟아진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즉흥 답변’이 나와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발언이 나왔다. 물론 기자회견을 앞두고 대통령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한다. 하지만 시나리오대로 기자회견이 흘러가는 법은 없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이유다.
올해는 어떨까?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진단과 해결책이 주요 질문거리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불거진 ‘백신 실기론’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전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의 해법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도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응답한다.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는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다. 이번 기자회견은 코로나19 여파로 온·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상 최초다.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현장 참석은 20명으로 제한한다. 기자 100명은 화상 연결로 접속한다. 현장과 화상 방식 모두 참여하지 못한 청와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채팅 질의도 받는다. 이 역시 사상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받는 질문은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 분야로 나뉠 예정이다. 방역·사회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질문이 첫손에 꼽힐 것으로 보인다.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국민 67%가 “지켜보다가 맞겠다”고 답했듯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백신 접종 준비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만큼 구체적인 답변이 나올지 주목된다.
정치 분야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을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7일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와 관련해 사과 메시지를 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방역과 민생에 너나없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 혼란스러운 정국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어 대통령으로서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사면론에 대한 입장도 이날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론을 띄운 후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된 지난 14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대통령으로부터 별도의 말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면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국민통합’과 ‘정치적 결단’ 사이에서 문 대통령은 고심을 담은 입장을 꺼낼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해법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주거 안정’을 주요 민생 과제로 꼽은 만큼 투기 수요 차단, 주택공급 등 다양한 카드를 거론하며 부동산 안정화를 향한 변함없는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문 대통령의 달라진 태도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처음으로 사과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안교 분야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와 이에 따른 대책을 묻는 질문이 예상 가능하다. 한일 관계를 반전시킬 묘수에 대한 질문도 나올 수 있다. 현재 한일 관계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