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1,000년 뒤 후손이 바라볼 21세기 [책꽂이]

■2년 8개월 28일 밤

살만 루슈디 지음, 문학동네 펴냄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의 ‘현재’도 언젠가는 과거의 ‘역사’가 되고 전설과 신화의 영역으로 넘어갈 것이다. 우리가 고조선 시대를 보는 것처럼 후손들이 바라볼 21세기는 어떤 모습일까.



살만 루슈디의 2015년작으로 최근 번역·출간된 ‘2년 8개월 28일 밤’은 지금으로부터 천 년이 흐른 31세기의 후손이 21세기를 돌아보며 서술한 연대기 형식의 소설이다.‘한밤의 아이들’, ‘분노’, ‘악마의 시’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온 루슈디는 이번 작품에서 미래에서 현재를 이야기한다. 과거와 과거, 또는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 이야기를 풀던 전작들과 다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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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류와 흑마족이 2년 8개월 28일, 다시 말해 1,001일에 걸쳐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흘 밤낮 강한 폭풍우가 몰아친 후 귓불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이한 능력이 생긴 미래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흑마족이 인류를 노예로 삼으려 인간 세계에 침입하고, 인간 세계로 들어온 12세기 마족의 공주 두니아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연인 이븐루시드의 부탁으로 후손들을 모아 흑마족에 맞선다.

루슈디는 환상 소설의 형식을 통해 이성과 비이성 간 대립을 담아낸다. 흑마신을 깨워서 인간을 노예로 삼으려는 이들은 합리주의를 배척하고 신앙을 신봉하는 비이성을, 이븐루시드의 후손이 지키려는 인간은 이성을 각각 상징한다. 저자가 바라본 21세기는 이성과 비이성이 대립하는 전쟁터인 셈이다. 1만6,000원.





박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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