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5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NH농협) 회장과 금융협회 회장에 이어 정보기술(IT) 업계를 호출했다. 새해 초부터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조기에 궤도에 올리기 위해 집권 여당이 전방위적으로 기업을 압박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국민 갈라치기’에 착수했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이익을 올렸다는 프레임으로 기업을 압박하고 자영업·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해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재계는 “여당에서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해놓고서 결국 선거를 앞두자 전방위적인 기업 압박으로 태도 전환에 들어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이날 ‘플랫폼 기업 상생 협력을 위한 화상 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의 상생 연대를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민주당 소속인 윤관석 정무위원장도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K뉴딜 금융권 참여 방안 관련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의 고통 경감과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재정과 함께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익공유제 대상으로 금융권과 플랫폼 업계가 대표적으로 거론된 만큼 집권 여당이 결국 이들 기업에 대한 직접 압박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소확행위원회도 이날 개인 채무자의 채무조정요청권을 법제화하는 소비자신용법의 조기 입법 추진을 내세워 금융 비용 절감 상생 협약식을 열었다.
5대 금융회장·IT업계 호출하고…이익공유제 압박
與소확행위원회, 은행 빚독촉 멈추는 '소비자신용법' 처리도 속도
여당은 이날 소확행위원회 ‘대출 제도 개선 패키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금융위원회와 ‘금융 비용 절감 상생 협약식’도 가졌다. 신동근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됨에 따라 의도치 않게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취약 개인 채무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신용법을 하루빨리 제도화하도록 소확행위원회가 입법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입법으로 준비 중인 소비자신용법을 상반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 법은 채무자가 빚을 감면해달라고 할 경우 금융사가 빚 독촉을 중단하도록 제도화하는 법으로 은행 부실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업종은 금융업”이라며 “은행이 이자는 꼬박꼬박 받아가니 이런 측면에서 은행권의 이자나 이런 것도 멈추거나 제한해야 된다”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금융권이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판단해 관련 TF를 결성해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이자 유예에 금리 인하까지 압박할 경우 한계에 도달한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은행의 기능이 무력화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T업계 “투자위축…해외 기업에 시장 주도권 내줄 것”
그럼에도 민주당은 ‘상생3법’이라 지칭하며 입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 경제 단체 임원은 “이익공유제 자체가 현실성과 구체적 실행력이 증명되지 않은 원론적인 수준의 개념으로, 해외에서도 입법화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와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법으로 정해놓고 자발적이라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며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역시 이익 공유보다 고통 분담 등의 발상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정상적인 정부라면 민간이 일궈낸 이익을 나누자며 생색낼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국민의 손실을 나누자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맞다”며 “‘이익 공유’보다 ‘손실 공유’”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