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윤활기유 세계 1위 기업인 SK루브리컨츠의 소수지분 인수 ‘승자’를 가리는 최종전이 다음 달 26일 열린다. 이번 매각으로 모회사인 K이노베이션이 2차 전지 등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는 매각 주관사인 시티뱅크를 통해 다음 달 26일 지분 49%를 인수할 우선 협상대상자를 가릴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적격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뽑힌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미국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PE, 일본계 SI 등 4곳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윤활기유는 자동차 등에 쓰이는 윤활유의 기본 원료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에서 원유를 분해하고 남은 미전환잔사유(UCO)를 공급받아 윤활기유를 생산한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다. SK그룹이 지난 2013년과 2015년·2018년 세 차례에 걸쳐 IPO에 나섰던 것도 이 때문. 다만 예상보다 낮은 기업 가치(EV) 평가에 상장을 철회했었다. 2015년에는 2조5,000억~3조 원 수준의 몸값으로 PEF인 MBK파트너스에 경영권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막판에 입장 차이로 계약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현금흐름이 4,0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만큼 후보들의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SK루브리컨츠의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19년 기준 4,280억 원(사용권 자산 상각비 포함)에 달한다. 당기 순이익만 2,157억원. 49%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한해 1,000억 원 수준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IMM PE가 최근 신설한 사모신용펀드(크레디트펀드)의 첫 투자처로 SK루브리컨츠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 본입찰에선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깜짝 후보가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종 라운드가 흥행하면 SK이노베이션도 2차 전지에 추가 투자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다. 현재 SK루브리컨츠의 EV는 3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순부채 등을 제외한 100%의 지분가치는 2조 원, 매각 대상인 49%의 지분 가격은 그 절반인 1조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다만 기업가치를 두고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지배력 고려하면 최소 4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