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에반스(사진 왼쪽)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와 구본권(사진 오른쪽)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가 ‘아산의학상’을 받는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제 14회 아산의학상 수상자로 기초의학부문에 에반스 교수, 임상의학 부문에 구 교수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에반스 교수는 1985년 글루코코르티코이드 핵수용체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테로이드 호르몬 핵수용체를 발견하였으며, 아직 인체 내의 결합 호르몬이 밝혀지지 않은 ‘고아핵수용체’ 역시 다수 발견하면서 이들 전체를 ‘핵수용체 수퍼 패밀리’라고 이름 붙였다. 더불어 핵수용체가 각종 호르몬에 반응하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이를 매개로 한 호르몬 신호전달의 매커니즘 연구를 주도해왔다.
에반스 교수는 그동안 무려 48개에 달하는 인간의 핵수용체 수퍼 패밀리 전부를 밝히는 대업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호르몬에 의한 포도당, 나트륨, 칼슘 및 지방대사의 조절기전을 규명하고 이와 관련된 질병 치료제 개발에 공헌했다. 그가 발견한 핵수용체 수퍼 패밀리는 현재 당뇨병, 비만, 지방간염, 백혈병, 유방암, 전립선암, 골다공증 및 면역질환 등 여러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많은 한국인 의과학자를 양성하여 한국의 연구 발전에 기여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서재명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황성순 교수 등 여러 의과학자가 로날드 에반스 교수의 연구실을 거쳐 기초의학 발전과 신약 개발을 위해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도 3명의 한국인 박사가 에반스 교수의 연구실에서 한국인 후학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임상의학 부문 수상자인 구 교수는 영상 검사와 생리학 검사를 통합한 심장 관상동맥질환 연구를 주도하며 우리나라의 성인 심장질환 진단과 치료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체내에 약물이나 기구를 삽입하는 침습적 검사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도입해 관상동맥의 협착 정도와 혈관 기능을 평가하는 새로운 심장혈류검사법을 201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효과를 입증했다. 이 검사법으로 전 세계 사망 원인 중 약 20%를 차지하는 급성관상동맥 증후군의 위험 예측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임상 연구를 통해 허혈성 심장 질환에 대한 새로운 평가 및 치료 방침을 확립해 관상동맥 질환자들의 예후를 호전하는데 기여했다. 최근 5년간 매년 30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며 연구 성과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젊은의학자부문에는 김진홍(39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유창훈(39세) 울산대 의대 내과 교수가 선정됐다.
김 교수는 퇴행성 관절 질환의 기전을 규명하고, 세포 내에서 연골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특정 마이크로RNA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골관절염 진행을 억제하고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법을 개발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유 교수는 간·담도·췌장암, 신경내분비종양의 신약 연구 및 임상 적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면역 항암제 및 표적 항암제 등을 이용한 임상 연구와 중개 연구를 통해 난치암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해당 암의 치료성적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3월 18일(목)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다. 에반스 교수에게 25만 달러, 임상의학부문 수상자 구본권 교수에게 3억 원이 상금으로 주어지며, 젊은의학자부문 수상자인 김 교수와 유 교수는 각각 5,000만원을 받는다.
아산의학상은 2007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이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의과학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